얼마전 어느 경찰서가 관내에서 빈발하는 강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우범지대에 폐쇄회로 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하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사생활침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 등 각종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라 경찰의 궁여지책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흉악범으로부터 인간의 생명, 신체를 보호하는 것보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더 중시하는 견해 역시 만만치 않다.사실 사전에 촬영을 한다고 공지한다면 법적인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남에게 알리지 않는 소위 '몰래'가 문제인 것이다. 몰래 남의 물건을 가지고 가면 절도가 되고, 몰래 남의 말을 엿들으면 도청이 된다. 따라서 몰래 남을 촬영하는 '도찰'도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모든 도찰이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성폭력범죄처벌법에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에만 처벌된다. 따라서 범죄예방 차원에서 사전에 공지하고 촬영한 경우에는 이 법에 저촉되지 않고, 설사 타인의 승낙없이 촬영을 했어도 성적 욕망 등을 유발하는 내용만 아니라면 처벌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나의 얼굴이나 옷매무새를 몰래 찍거나 심지어 인터넷상으로 유포한다면 얼마나 기분 나쁜가. 특히 유명인의 경우 자신의 사진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영국에선 파파라치가 다이애나비를 죽음으로 몰아 넣기도 했다.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디카족들이 몰카족으로 바뀔 때 한 개인을 인격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당당하게 피사체를 촬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접착제로 사용하는 본드를 일부 사람들이 환각제로 사용하면서 결국 판매에 제약이 가해졌다. 이젠 카메라 휴대폰의 제조 판매를 규제하는 법령까지 만든다고 한다. 문명의 이기를 악용하지 않고 원래 용도대로 순수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연인으로 돌아가자. 그러면 불필요한 법령의 제정이나 개정도 필요 없을 것이다.
최 용 석 오세오닷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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