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린 체코 프라하의 힐튼호텔. 0시45분께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캐나다 밴쿠버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발표하자 우리측 대표단의 얼굴은 일순간 잿빛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새벽 1시를 넘기면서 1차와 2차투표의 득표결과가 알려지자 우리측 대표단은 물론 흰색 피부의 IOC 위원들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원도의 산골 오지마을이 세계적 스키 휴양도시인 밴쿠버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를 누르고 1차투표 1위에 이어 결선에서 단 3표차로 역전패했기 때문이다. 일부 IOC 위원은 "2014년 개최지는 평창이 떼 놓은 당상"이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평창을 '아웃 사이더(승리 가능성이 없는 후보)'로 폄하하던 AP통신 등도 "놀랄 만한 결과"라며 태도를 바꿨다.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자 역시 놀라움과 함께 자괴감을 누르기 어려웠다. 지난달 28일 프라하행 전세기에서 유치위측의 '2차투표 역전극' 시나리오보다는 2년전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한 IOC 모스크바총회에서 6표를 얻는 데 그친 일본 오사카 대표단의 낙담한 표정이 먼저 떠 올랐던 것이 사실이다. 2차투표 진출 후에는 "체면치레는 했구나"하는 안도감이 앞섰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못한 '절반의 대성공'이었다. 물론 그 성공은 강원도와 유치위 관계자들이 "무에서도 유를 창조할 수 있다"는 집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가 인정했다" 는 등의 일부 언론의 수사를 다시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평창은 "의지는 환경과 조건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일깨워줬다.
/여동은 체육부 기자 프라하에서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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