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에 대해 대처리즘식 초강경 대응을 했던 청와대가 이번에는 네덜란드의 대화합형 노사관계 모델을 제기하는 등 혼선을 보임에 따라 노사관계를 포함, 국가성장전략과 분배전략을 포괄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전문가들은 그러나 북유럽형 강소국(强小國) 모델과 영미식 대처리즘 모델 등이 한국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선진국 베끼기'는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수 있다며 한국식 모델 수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전략의 실종
'개발=선(善)'이라고 인식되던 개발시대 이후 한국은 사실상 국가전략이 실종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화 전략'은 즉흥적인 '백화점식 풀세트 전략'이었고,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철학적 기반은 있었지만 실천전략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김영삼 정부는 내부역량에 대한 점검도 없이 선진국에 대한 환상만 갖고 전 산업분야에서 1등주의를 추구하다 부실화를 초래했고,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경기변동에 따라 정책 패러다임이 우왕좌왕했다는 얘기다.
북유럽 강소국 모델 VS 대처리즘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등은 인구 2,000만명이 채 안되는 소국(小國)임에도 불구, 에릭슨 노키아 필립스 등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강국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전 분야에 1등이 되기보다 최적의 기업환경 조성을 통해 세계적 스타기업을 만들어 내는 '선택과 집중'형 성장 전략과 노(勞)는 임금을 양보하고 사(使)는 경영참여를 양보, 노사가 '윈윈' 하는 사회대통합 매커니즘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반면 영국의 대처리즘은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대처 수상이 과도한 복지정책과 완전고용 정책 등 '영국병'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치유, 영국을 고성장 궤도에 다시 올려놓았던 국가모델. 파이를 나누기 보다는 키우기에 역점을 둔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와 노조에 대한 강경대응 등이 특징.
한국식 발전모델 절실
그러나 북유럽 강소국은 특출한 한두개 기업만 있어도 국가 전체가 먹고 살수 있고, 또 사회적 합의도 신속할 만큼 인구(500만∼2,000만명)나 면적에서 소국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적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또 물리력을 포함한 강력한 설득력, 정부 주도형이 특징인 대처리즘도 이미 시장중심적 한국과는 배치된다는 분석이다.
김대환 인하대 교수는 "선진 모델들은 역사적 산물"이라며 "한국적 현실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도, 국가적 리더십하에 대통합을 모색하는 새로운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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