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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 숲 가꾸기 나선 성남혜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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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 숲 가꾸기 나선 성남혜은학교

입력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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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들여 가꾼 숲이 마음의 장벽을 허물었다.경기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성남혜은학교 운동장에 조성된 아담하고 소박한 숲. 주민들은 이 숲을 이용하면서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학생들은 당당하게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이 학교는 유치원생에서부터 초·중·고교생 그리고 졸업 이후 직업 교육을 받는 장애인들의 교육 기관. 여느 장애인 시설이 그렇듯 이웃 주민들이 이유없이 기피했고 학생과 학부모는 속상하고 분했지만 속으로 억울함을 삼킬 뿐이었다.

그런 학교가 2년 전 시작된 학교 숲 가꾸기 운동으로 장애인시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말끔히 이겨냈다.

1981년 개교한 혜은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2000년 9월 경기교육청 특수교육 장학사를 지낸 양종의(57)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양 교장은 "학교에 숲을 만들어 학생들이 정서도 가꾸고 편히 쉴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학부모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학교가 주목한 공간은 운동장이었다. 당시 운동장은 500평이 넘었지만 그저 넓기만 할 뿐 삭막하고 황량했다. 양교장은 "장애 학생들의 정신적, 신체적 발달에는 야외체험학습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운동장에 그런 시설이 전혀 없었다"고 그때를 돌아보았다.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운동장 자투리에 사과 매실 등 유실수를 심고, 향기 짙은 식물을 따로 모아 심었으며, 까만 조약돌을 깔아 학생들의 발바닥을 자극하는 촉각지압장을 설치했다. 산책코스, 관찰학습장도 만들었다.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운동장에는 잔디를 깔았다.

숲 가꾸기에는 학교 밖 사람들도 힘과 땀을 보탰다. 경기경찰청 작전전경대 소속 705, 807부대원들은 틈나는 대로 학교를 방문, 흙을 나르고 나무를 심었다. 성남시, 수정정보문화센터 등 관공서는 화단 조성에 필요한 흙과 나무를 지원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관할 성남보호관찰소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도 자원봉사에 합류했다.

양 교장은 "10여년 전 초등학교 근무 당시의 제자들이 찾아와 교실벽에 사자 호랑이 코끼리 하마 등을 그려 학교를 그림동물원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많은 사람들이 합심한 결과 학교는 아담하고 쾌적한 공원으로 변모했다. 이렇게 조성된 학교 숲에서는 나뭇잎 채집, 낙엽 밟기 등 실제 수업까지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이웃 주민들의 태도. 근처에 오기 꺼려했던 주민들은 학교에서 산책과 가벼운 운동을 한다. 이웃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방과 후 달려와 해질녘까지 놀다 간다. 인근 풍생고등학교 태권도부 학생들은 한달에 한두차례 찾아와 태권도를 가르쳐준다. 함께 하는 이웃이 된 것이다.

혜은학교 김지성(17)군은 "다른 학교에 없는 잔디구장에서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연숙(44·여)씨도 "숲그늘에서 고3 아들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자주 나누면서 학교 생활의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하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학교측은 '생명의 숲'의 지원을 받아 토끼, 염소 등을 키우는 미니 동물원과 올챙이, 잠자리 등이 서성이는 미니생태공원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양 교장은 "주민들이 학교 숲을쉼터로 이용하면서 장애인시설에 대한 편견을 떨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가을에는 주민들을 모시고 조그만 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한창만기자cmhan@hk.co.kr

■ 학교숲 가꾸기 운동은

학교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해 청소년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정서를 가꿀 수 있도록 하자는 운동. 환경단체인 '생명의 숲'이 교육부, 산림청 등과 공동으로 1999년부터 펴고 있다. 녹지가 부족한 도시의 학교가 주 대상이지만 시골 학교도 녹지를 말끔히 가다듬어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돕고 있다.

생명의 숲은 이 운동을 위해 시범학교를 지정, 연 1,000만원과 전문가의 자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범학교는 1999년 10개교, 2000년 20개교, 2001년 24개교, 2002년 15개교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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