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취임 이후 승승장구해 온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58) 브라질 대통령에게 본격적인 시련의 시기가 시작됐다.가장 큰 부담은 '토지없는 농업노동자운동'(MST)의 농지 및 공공건물 무단 점거 사태가 급속히 확산돼 유혈충돌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 1984년 설립돼 150여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MST는 세계 최악의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 및 식량 무상분배와 정착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대통령궁과 불과 40㎞ 떨어진 곳의 농장을 습격하는 등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브라질 빈민층을 대표하는 MST는 원래 '굶주림과의 전쟁'을 약속한 좌파 룰라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으로 취임식을 기해 토지 점거 시위 중단을 약속했다. 하지만 3월 "정부가 농지 개혁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룰라가 약속을 저버렸다"며 시위를 재개했다.
이들은 2일 현재 20개 주 100여곳의 농장 등을 점거했으며, 최소 8만 가구가 야영생활을 하며 정부의 토지 분배를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MST는 최근 10년 동안의 시위 과정에서 1,000여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과격하기로 악명이 높아 룰라 측이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승인한 긴급차관 잔고가 3월 이미 바닥이 나는 등 재정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마땅한 진화 수단도 없다. 룰라가 직접 나서 "토지 분배를 실현할 시간을 달라"고 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것이 고작이다. 시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인 지난주 서민 생계보장을 위해 54억 헤알(2조원)의 대출을 약속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MST 사태는 가뜩이나 우울한 브라질의 경제를 더욱 흐리게 할 전망이다. 올 들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59%나 줄었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0.7% 깎인 1.5%로 하향조정됐다. 기업들은 30%에 육박하는 이자율과 정부 예산 대폭 삭감을 고집하는 룰라의 원칙주의 정책에,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연금 및 세제 개혁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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