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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찜찜한 "美언론 북핵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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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찜찜한 "美언론 북핵보도"

입력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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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소형 핵 탄두를 개발 중이라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분석이 또 한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영덕동' 핵 실험 시설을 가동, 북한이 1년 내 소형 핵 탄두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CIA의 판단에는 북한 핵 위기의 전개 양상을 뒤바꿀 만한 폭발력이 담겨 있다.그렇기에 우리 언론은 미 관리의 말을 전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를 받아 쓰는 데 충실했고,이 신문의 1면 1단 기사는 2일자 조간신문들에 1면 머릿기사 등 중요기사로 취급됐다.

우리는 이미 미국의 첩보위성이 탐지한 1차 정보의 실체를 검증하려고 덤비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터득하고 있다. 미국의 엄청난 정보망에 접근하지 못하는 한계 탓에 그런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보에 대한 미국의 평가까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정보의 불완전성과 가공의 흔적이 적지않다. '영덕동'의 핵 실험장이 새롭게 포착된 곳인지도 불확실하다.

재래식 기폭장치의 포착만으로 1년 이내에 소형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보 판단의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그런 결론에는 논리적 비약이 숨어있다. 미국이 유엔의 대북 비난 의장성명 채택을 추진하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을 구체화하려는 시기에 이런 정보가 나오고 있는 것도 범상치 않다.

이 같은 의문을 품는 것은 북한의 핵 개발을 감싸기 위함이 아니다. 정보의 가공과 뒤틀림이 핵 위기를 필요 이상으로 부풀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전쟁 명분을 위해 이라크의 WMD 정보를 과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라크 전례가 북한 핵 문제에서 재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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