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이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결국 실패했다. 아쉽지만 '동계올림픽은 선진국 잔치'라는 현실과 그들의 텃세를 재확인한 셈이다.우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부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여러 국제행사 참석 등을 통한 홍보활동이 득표로 연결되지 못한 점이 패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베이징, 호주의 시드니 등이 재수 끝에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획득한 것에 비할 때 평창이 단 한번 만에 개최지 획득을 노린 것은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여수가 세계박람회 유치전에서 중국 상하이에 완패했던 것처럼 국제적인 인지도를 극복하는데는 시간적인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82개국 126명의 IOC 위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자국 및 자신의 이해득실을 우선시하며 투표한다는 것은 '관례'나 다름없다. 그러나 유치위는 IOC위원들이 우리측 홍보대표단이나 주재대사, 상사직원 등에게 외교적 언사로 호의적으로 대한 것을 아전인수격으로 지지나 우호적인 표로 분류하는 오류를 빚었다. 정확한 현실 파악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패션쇼, 음악회, 마라톤 등을 개최하면 평창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정작 투표권을 가진 IOC위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는 거리가 있었다.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캔들로 인한 IOC 윤리규정 강화로 1981년 바덴바덴의 기적이나 1996년 한일월드컵 공동유치의 역전극 바통을 이어받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던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주재대사와 현지상사를 활용한 주재국 IOC 위원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은 IOC 윤리위로부터 경고를 받아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유치활동과정에서 여러 차례 불협화음으로 '적전분열'하는 양상도 빚어 후유증이 예상된다. IOC 내부사정에 정통한 김운용 위원과 발품을 팔며 홍보활동을 해온 유치위원들간의 내홍은 이미 알려진 사실. 투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김 위원의 IOC부위원장 출마설이 외신에 보도된 것은 결정적으로 평창의 역전극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30일 뒤늦게 프라하에 도착한 김 위원은 자신의 출마설을 부인하면서도 "길거리에서 마라톤이나 하고 패션쇼나 한다고 표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괜히 간판만 앞세우고 엉뚱한 방향으로 득표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비난, 유치위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보다 크게 보자면 올림픽운동 확산과 화합이라는 올림픽이즘에 호소한 평창의 명분과 당위성이 201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둘러싼 미국-유럽간 암묵적 단합과 영연방 또는 앵글로색슨계(WASP)의 이해관계에 밀렸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숱한 난관을 뚫고 최종후보도시로 선정돼 총회 투표까지 끌고 간 평창이 이번에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향후 동계올림픽 유치에 청신호를 밝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프라하=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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