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헐크의 바지는 왜 벗겨지지 않을까'두 얼굴의 사나이'(The Incredible Hulk·1977)가 방영됐을 때부터 호기심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의문. TV 시리즈에서 브루스 역의 빌 빅스비는 177㎝, 변신 후 헐크 역을 맡은 보디 빌더 루 페릭뇨는 195㎝로 두 사람의 신장 차이는 18㎝에 지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는 청바지가 꽉 조이고 바지 단이 찢어지는 정도로 묘사되는 것으로 표현됐다.
영화에서는 브루스와 헐크의 체격 차이는 엄청나다. 주인공 에릭 바나는 190㎝인데 비해 변신한 헐크는 2m70㎝∼5m로 커진다. 두 배 이상으로 커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헐크의 보라색 스판 바지는 찢어지지도, 벗겨지지도 않는다. 아무리 초강력 스판덱스라고 해도 헐크의 엄청난 몸을 감당할 수는 없을 텐데도 말이다. 배우 에릭 바나는 한 인터뷰에서 "만일 초록색의 거대한 성기가 튀어 나왔다면 미국 내 4,000개 극장에서 헐크는 상영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바지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2.헐크는 왜 말을 못하나
브루스의 아버지는 도마뱀, 두꺼비 등을 이용해 인간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면역체계를 실험하다가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변형 유전자를 투여한다. DNA 구조가 변한 상태에서 감마선을 쐬게 하면 초록 괴물로 변한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인 감마선은 투과력이 대단히 강해서 생물체가 피폭할 경우 세포에 치명적 충격을 받는다. 감마선을 오래 쪼인 브루스가 헐크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가 왜 말을 못하게 되는지에 대한 어떤 설명은 없다. 그러나 '킹콩' '고질라' 등 괴물 캐릭터가 말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그의 말 못할 상황을 이해할 수도 있다.
3.헐크는 언제 변하나.
과거의 아픈 추억이 되살아날 때, 극도의 분노가 폭발할 때 자신도 모르게 시계줄이 끊어지고 바지가 터지면서 헐크가 된다. '분노는 나의 힘'? 적들이 많아질수록 화가 더 나고, 몸도 더 커진다. 하지만 옛 애인이자 동료인 베티를 보면 분노가 수그러지며 몸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4.'액션스쿨에 다닌 슈퍼 슈렉' 이라는 얘기가 있다. 덩치와 힘은?
발바닥에 엄청난 쿠션이라도 달렸는지 삼단뛰기 식으로 한 번 뛰면 5㎞까지 도약할 수도 있으니 거의 하늘을 나는 셈이다. 달리기는 치타 수준으로 시속 120㎞∼140㎞. 미국 관객도 "사막을 비치볼처럼 통통 튀어 다닌다"며 캐릭터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슈렉과의 연관성에 대해 헐크는 이렇게 답할 듯하다. "아니 슈렉이라니? 피부색만 같을 뿐인데. 갑자기 화가 나려고 하네. 나를 화나게 하지 말아요."
5. 헐크와 헐크 호건은 무슨 관계?
헐크와 헐크 호건은 신세대와 구세대를 나누는 차이이기도 하다. 헐크는 70년대 TV 시리즈로 당시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헐크 호건은 90년대 미국 프로레슬링이 방송되면서 어린이들에게 유명 인사가 됐는데, 80년대 초 등장하면서 드라마를 의식한 듯 헐크 머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곧 본래 자기의 성(姓)을 되찾았다. '헐크'(Hulk)는 거구(巨軀)라는 뜻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이종도기자 ecri@hk.co.kr
■헐크는 어떤 영화
영화 ‘헐크’는 자신의 존재만큼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역사에서 이단아로 기록될 듯하다. 할리우드의 도식적 연인관계와 부자관계를 깨는 것은 물론, 상투적 선악 대비의 구도에서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와호장룡’, ‘센스 앤 센서빌리티’, ‘음식남녀’ 등 작품마다 전혀 다른 세계를 창조해 온 예술성 짙은 리 안 감독의 세계에서도 특이한 작품임은 물론이다. 1962년 마블 코믹스사의 만화로 출발해, 1977년부터 1982년까지 CBS에서 TV로 만들어 큰 인기를 끈 1억5,000만 달러짜리 기획과 리 안 감독의 조화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단순히 감마선을 쪼인 것이 변신의 이유가 아니라는 점이 영화 ‘헐크’와 이전 ‘헐크’와의 차이다. 야심가인 괴짜 아버지로 인해 얼룩진 유년의 아픈 추억이 유전학자 브루스 배너(에릭 바나)가 헐크로 변신하는 이유이다. 자식을 위기에서 구하기는커녕 아들의 괴력을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성취하려는 데이비드(닉 놀테)의 모습은 할리우드가 그린 아버지상 가운데 가장 악한 모습으로 꼽아도 좋을 것이다. 자기 안의 상처에 파묻힌 배너와 사려 깊은 과학자 베티 로스(제니퍼 코넬리)와의 평등하고 서늘한 관계도 할리우드의 판박이 연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런 인간적 면모가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를 압도하지는 않는다. 부자 사이의 원한 어린 관계도 영화를 짓누를 정도로 무겁지 않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사막에서는 탱크 포신을 엿가락처럼 구부리고, 날아다니는 미사일을 잡는 등 헐크의 괴력은 여느 블록버스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와호장룡’처럼 나무 위에서 날아다니며 ‘헐크 도사견’과 싸우는 장면과 F_15 전투기 꽁무니를 붙잡고 지상 9,500㎙까지 올라가는 장면도 장관으로 꼽을 수 있다. 결국 조지 루카스가 이끄는 컴퓨터 그래픽 회사 ILM의 아티스트 186명이 달라붙어 창조한 헐크의 액션에 관객이 얼마나 공감하느냐가 흥행의 관건이 될 듯하다.
미국에선 6월20일 개봉, 6,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6월 개봉 영화 중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평단은 ‘놀랄만큼 지루하다’(뉴욕타임즈)는 비난과 ‘가장 도전적이며 매력적인 캐릭터’(뉴스위크)라는 찬사로 갈렸다. ‘The Hulk’. 4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종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