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시대 이후 변형·훼손된 광화문과 주변 담장을 복원하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 광화문 복원의 핵심은 북쪽으로 밀려난 광화문을 도로쪽으로 14.5m 끌어 내고, 동쪽으로 5.6도 틀어진 방향을 바로 잡고, 동십자각까지 담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모든 사업은 청계천 복원 공사 못지않게 이 일대의 교통환경과 향후 도심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일대 변혁이다. 문화재청이 8일 오후 2시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여는 광화문권역 문화재 복원정비 공청회에서는 문화재위원, 도시계획전문가, 서울시 관계자 등이 그 타당성 여부, 범위와 방식, 교통대책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광화문 정비는 1990∼2009년, 총 사업비 1,789억원으로 이뤄지는 경복궁 복원 사업에서 침전, 동궁, 흥례문, 태원전 권역 정비에 이은 마지막 역사이다. 문화재청의 광화문 복원 계획에 따르면 약 890억원을 투입, 도로쪽으로 14.5m 앞인 원래의 위치에 목조건물로 신축하고, 서십자각(101평)과 건청궁 등 30개 동 990평을 복원하도록 돼 있다. 문화재청은 공청회에 앞서 복원에 따른 교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네 가지 대책을 담은 기술 용역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편, 서울시와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90년대 이후 광화문 일대의 상징적 문화공간 조성 등의 의견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끈 이 문제를 두고는 현재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공청회 토론자로 나서는 김동현 동국대 교수(문화재위원)는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복원은 우리의 정통성을 찾는 차원에서 필수적"이라며 "이번 기회에 정부 중앙청사 등 경복궁의 경관을 해치는 주변 건물에 대한 해결책까지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로 한 가운데 서있는 동십자각과 광화문을 잇는 담벽과 함께 서십자각도 복원, 제대로 된 궁궐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계획전문가인 서현 한양대 건축디자인대학원 교수도 "현재의 광화문은 서울의 중심이면서도 보행자가 다닐 수 없는 삭막한 곳으로 변했다"면서 "교통정체만 생각할 게 아니라 보행자 중심의 관점에서 광장이나 공원으로 조성해서라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시기상조"라며 펄쩍 뛰었던 서울시도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도시개발 기본계획의 기조는 과거 개발에 의해 망가진 부분을 복원하고 자연환경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광화문 제자리 찾기가 교통문제 때문에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중론도 아직 무성하다. 정석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광화문 일대의 복원 계획은 90년대 초반부터 검토해온 것으로 도심교통정책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역사도시 건설이라는 차원에서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순민 명지대 교수도 "지금까지 관 주도로 이루어진 문화재 복원은 오히려 문화재를 훼손하고 망가뜨린 경우가 더 많았다"면서 "철저한 고증에 따른 복원이 아닐 바에야 현재 그대로 보존해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경복궁의 남쪽 정문인 광화문은 조선 태조 4년(1395년) 처음 지어졌고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895년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복원 때 270여년 만에 새로 세워졌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인 1927년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졌다가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68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光化門'이란 편액도 직접 한글로 쓴 '광화문'으로 바꿔 달았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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