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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아파야 큰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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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아파야 큰대요"

입력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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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젖먹이였을 때는 병원에 가는 일이 참 잦았다. 애들은 왜 꼭 한밤중에 아픈지 모르겠다며 힘들어하는 초보 엄마에게, 어른들께선 크느라고 그런다고 하셨다. 과연 아이들은 아프고 나면 반드시 재롱이 한 가지씩 늘어갔다.아이들이 자라 예방주사 맞을 것도 모두 맞고 잔병치레도 덜 하게 되면서 한 시름 놓을 것 같았는데, 그 때부터 아이들은 사춘기라는 마음의 아픔을 겪기 시작했다. 대신해 주기는커녕 도와주기도 어려운 마음앓이. 너만 겪는 아픔이 아니라는 걸, 어른이 되기 위해 겪는 성장통은 누구나 앓는 아픔이라는 걸, 보여주면 좀 통증이 덜 해질까.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캐서린 패터슨 지음·대교 발행)는 외로운 두 친구가 만든 마법의 왕국이다.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제시는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서 외톨이로 자라는 사내아이다. 도시에서 전학 온 레슬리와 제시는 친구가 된다. 두 아이는 마을의 숲을 '테라비시아'라 이름붙이고 레슬리가 책에서 읽은 상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둘만의 왕국을 만든다. 테라비시아는 사과나무에 매단 밧줄을 타고 도랑을 건너야 갈 수 있다. 비가 억수 같이 퍼붓던 날, 제시는 워싱턴 구경을 가고 레슬리는 혼자서 도랑을 건너다 밧줄이 끊어져 익사한다. 단 하나밖에 없던 친구를 잃은 슬픔을 겪으며, 제시는 비로소 평소에는 무관심해보였던 가족과 선생님의 애정을 느낀다. 그리고 레슬리가 자기에게 준 자신감과 힘을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돌려줄 차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시는 테라비시아로 가는 다리를 만들고, 여동생 메이벨을 숲으로 데리고 간다. 메이벨의 세계도 그 숲에서 성숙하길 바라면서.

영국의 쇠퇴한 철강 도시를 배경으로 한 '돼지'(앤드루 코완 지음·영림카디널 발행)는 열여섯 살 소년 대니를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소설이다. 자기 식구보다는 조부모를 더 의지하는 대니. 그러나 방학이 시작되는 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는 양로원으로 들어가신다. 대니는 조부모의 낡은 빈 집에서 채마밭과 돼지를 돌보면서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여자친구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답답한 집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 집은 개발업자에게 팔려 헐릴 예정이고 여자친구와의 사랑은 파키스탄 이민자를 혐오하는 식구들 때문에 끝나버린다. 대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할머니와의 소중한 기억이 깃든 채마밭과 돼지가 남의 손에서 끝장나지 않도록 스스로 처리하는 것. 그것은 대니를 순진한 소년에서 현실을 수용하는 청년으로 탈바꿈시키는 의식인 셈이다.

현실에서 외롭고 초라하게 느낄 때, 자기만의 안식처를 가진다면 일상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만들어줄 마법의 비밀 장소로 가는 길이 책에도 있다는 걸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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