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와 만화가 결합된 '에세이툰(essaytoon)'이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 해 선보이기 시작한 에세이툰은 올 상반기 '파페포포 메모리즈''포엠툰' '마린 블루스' 등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면서 바람몰이가 시작돼 수십 권이 나왔다. '마린 블루스' 2권이 이미 나온 것을 비롯해 하반기에도 웬만한 만화 출판사들이 이런 작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어서 올해 만화계의 가장 큰 흐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에세이툰이 잘 팔리는 것은 긴 이야기를 읽기 귀찮아 하고 호흡이 짧은 책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취향에 잘 맞기 때문이다.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긴 글을 읽지는 않고, 감동과 자극은 받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파페포포…'로 에세이툰 바람을 일으킨 홍익출판사 이미숙 기획실장의 말이다.
에세이툰의 특징은 기존 만화에 비해 대화가 적고 부드러운 색조의 '이미지'비중이 크다는 것. 기승전결의 서사적 구조가 없고, 단편적 에피소드로 컷과 컷의 연결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제공한다. 또 큰 주제보다는 개인의 소소한 일상사를 주로 다룬다.
강성남의 '쪼그만 얘기'(반디출판사)도 이런 흐름의 전형이다. 그림자를 통해 곁의 아내에게 뽀뽀를 하는 남편, 하루 종일 냉장고 문을 여닫는 아내의 손, 냉이국에서 맡는 봄향기 등을 주제로 정감이 넘치고 때묻지 않은 감성의 소소한 이야기 71개를 담았다. 짧은 글에 만화를 곁들인 형식도 있다. 길문섭의 '한칸의 사색'(푸른미디어)을 펼치면 왼쪽 면에는 10줄 내외의 글이, 오른쪽 면에는 한 칸 만화가 있다.
하반기에 나올 에세이툰으로는 우선 '파페포포 …' 2권이 7월 중에 나오고 '포엠툰' 2권도 나올 예정이다. '파페포포…' 2권은 파페와 포포의 사랑의 추억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있었을 법한 인간적 추억을 소재로 하고 있다. 홍익출판사는 또 30대 초반 직장 여성의 생활을 다룬 '멜랑꼴리 아메바', 곰과 고양이 토끼 등을 의인화한 '타무'를 9월께 낼 계획이다. 이 밖에 학산, 세주문화사 등 만화전문 출판사들도 만화로 기획했던 책들을 에세이툰으로 바꾸는가 하면 영진닷컴, 김영사 등 일반 출판사도 에세이툰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만화계는 에세이툰이 기존 만화에 비해 가볍기는 하지만 만화의 영역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성인만화, 순정만화, 학습·교양만화 등과 함께 새 장르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에세이툰 붐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주요 독자층이 인터넷에 익숙한 10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행을 쉽게 좇아가지만 곧 싫증을 내는 습성이 있어 출판계는 이들의 동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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