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모처럼 '쌍끌이' 매수에 나서며 종합주가지수를 11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그동안 상승장 동참을 망설이며 소극적으로 대응해오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거래량 감소로 활기를 잃어가던 시장에 생기가 돌고, 주가도 다시 상승 페달을 밟고 있다. 하지만 시중 부동 자금이 증시로 본격 유입되지 않는 한 증권·투신 등 기관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거나 외국인에 이어 장을 주도하는 매수 주체가 되기에는 부담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기관, 모처럼 '사자'
올 상반기까지 증권·보험·투신·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은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에 주로 의존하며 줄곧 주식을 팔아왔다. 특히 6월에는 고객들의 자금 인출에 따른 펀드 환매 물량 증가로 1조원 넘게 순매도하는 등 외국인과 정반대의 매매 패턴을 보이며 지수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6월 한달 동안만 2조3,000억원이나 순매수하며 증시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들 역시 최근 들어 매수 강도가 다소 약해졌다.
그러나 7월 들어 기관은 소폭 순매수로 돌아서며 외국인과 함께 지수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증시 호조로 새로운 주식형 상품 발매가 잇따르고 있어 주식형 수익증권(펀드 포함)으로의 신규자금 유입이 기대되면서 외국인의 매수 공백을 메울 투자주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신증권 이동우 연구원은 "지난해 4월 이후 지수 700선 위에서 설정된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 규모가 700선 아래에서 설정된 잔고(1조2,500억원)를 밑돌고 있는 만큼, 적어도 기관의 매도 물량은 지수 상승 때마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기금도 '지원군' 될 듯
매수주체 공백을 메울 또다른 '지원군'으로 국민연금과 정부 기관의 주식투자 자금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7월부터 연금과 기금의 투자풀(개별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제도)에 주식 편입비율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가 새로 도입되는 등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도 연기금 등 기관의 주식투자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국민연금과 정부기관 등이 하반기에 예정하고 있는 주식투자금액은 직·간접 투자를 모두 합쳐 약 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신규(1조6,000억원)와 기존 만기 도래분을 포함해 3조5,000억원의 주식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이 중 9,500억원을 사용했다.
신규 자금유입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시중 유동성과 '실탄'(매수 자금)이다. 아직은 기관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에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카드채 문제 등 금융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고,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개인들이 투신사나 증권사에 돈을 맡기지 않고 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원은 "최근의 기관 매수는 대부분 프로그램 매매였으며 고객예탁금과 주식형 펀드 설정액 등 기관의 매수 여력을 나타내는 자금이 아직 증가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기 전까지는 수급상 공백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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