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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멕 휘트먼 이베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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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멕 휘트먼 이베이 사장

입력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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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의 오렌지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베이 라이브!' 행사장. 멕 휘트먼(46·사진) 이베이 사장이 기조 연설을 시작했다. 회원들의 신용을 높이기 위해 보험을 들어주고, 파워셀러들의 광고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참석한 수천명의 파워셀러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콘서트장의 가수처럼 무대 좌우를 오가며 청중을 압도하는 휘트먼 사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파워셀러란 '인터넷 장터'인 이베이에서 매월 1,000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구매한 사람으로부터 98% 이상의 긍정적 피드백을 받는 판매자에게 주어지는 이름이다. 파워셀러들에게 휘트먼 사장은 어머니나 다름없는 존재다. 1998년 인터넷 경매의 미래를 믿고 실리콘밸리로 날아와 CEO로 부임한 지 4개월 만에 이베이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월트디즈니와 FTD, 하스브로 등 구 경제를 대표하는 회사의 임원을 역임한 그 다운 행보였다. 닷컴 버블 붕괴와 근래의 미국 경제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속 성장을 거듭한 이베이는 나스닥 최고의 황제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직접 대면한 휘트먼 사장은 '이베이 신화'의 주인공답지 않게 수수하고 감정이 풍부하며 인간미가 넘치는 CEO였다. 그는 인터뷰장에 이베이 라이브 행사에서 직원들이 입은 파란색 면 셔츠와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평소 옷차림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같은 여성 CEO로 자주 비교되는 휴렛팩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가 전속 스타일리스트까지 두고 메이크업과 옷차림에 크게 신경을 쓰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격식에 신경쓰지 않는 휘트먼 사장의 성격은 이베이의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는 "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어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의에서 토론이 벌어졌을 때, 이기는 사람은 상급자나 선임자가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기마다 각 부서에서 실적을 발표할 때 반드시 '잘한 점'뿐 아니라 '잘못한 점'도 말하는 것이 이베이의 특징이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일단 그것을 인정하고 극복해야 직원 자신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모두 비슷한 크기의 작업 공간에서 일하고 별도의 사장실이 없는 것도 이베이의 특징이다.

유연하고 감정이 풍부한 외면과 달리, CEO로서 그의 판단은 정확한 데이터와 분석에 의존한다. 정밀한 그래프와 차트를 통해 "다이아몬드 반지는 6분에 1개씩, 스포츠카는 3시간에 1대씩 매물로 나온다"는 식으로 업무를 분석한다. 그의 냉철한 판단력과 시장 예측 능력은 유명하다. 1998∼2000년 '닷컴 거품'이 한창 부풀어 오를 무렵, 그는 버블 붕괴를 예견했다. "시장원리가 변하지 않는 한, 기업이 이익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당시 닷컴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도 없었고 이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었는데도 주가가 올라갔습니다. 제가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원칙적인 판단에서 버블 붕괴를 예상한 것 뿐이죠."

최근 다시 일어날 기미가 보이고 있는 닷컴 기업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실적을 바탕으로 조금씩 늘고 있어 1년 전보다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이베이의 장래에 대해 "아직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품목들이 많고 한국, 중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이베이의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며 지속적인 성장을 자신했다.

여성 CEO로서 자신을 우상으로 삼고 있는 전세계의 커리어 우먼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여성도 하고 싶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어떤 일에든지 도전하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은 부모님 덕분에 오늘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자신감과 인내심, 부지런함, 행운이 성공의 열쇠다. "어느 회사에 가든지 처음부터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적시에 적재적소를 찾아가야 합니다." 세계적인 여성 CEO의 성공비결이다.

/올랜도(미국)=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휘트먼 사장은 누구

▲ 1957년 미국 뉴욕 출생

▲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졸업

▲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MBA) 졸업

▲ 1979년 P&G 브랜드 매니저

▲ 1981년 베인& 컴퍼니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부소장

▲ 1989년 월트디즈니 마케팅담당 부사장

▲ 1992년 스트라이드 라이트 사장

▲ 1995년 FTD 사장

▲ 1997년 하스브로 유아사업부문장

▲ 1998년 이베이 대표이사 사장

▲ 포춘지 선정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사업가 2위

▲ 남편 그리프와 2남

● 이베이는 어떤 회사

1995년 피에르 오미디아르(Pierre Omidyar)가 처음 개설한 이베이(www.ebay.com)는 회원들 간의 경매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의 온라인 장터다. 현재 전세계 27개국의 6,880만 회원이 동시에 1,600만개 가량의 물품을 거래하고 있으며, 연간 거래 규모가 147억7,000만달러,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매출액이 12억1,000만달러(이상 2002년)에 이른다. 온라인 장터이지만 이제 미국인들에게 '이베이에서 샀다'는 말은 우리나라로 치면 '남대문시장에서 샀다'는 말처럼 일상적인 것이다. 특히 전체 판매자의 97%가 개인과 중소 사업자로 구성돼 '중소 상인들의 천국'이라 불리고 있다.

창업자인 피에르는 초창기 무료로 경매 사이트를 운영하다 과다한 트래픽으로 인한 호스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이 아이디어가 이베이의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 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내가 본 휘트먼 사장

멕 휘트먼 사장은 한눈에도 '여걸'이라는 인상을 준다. 180㎝ 가량의 큰 키와 덩치가 사람들을 압도하고 꾸미지 않는 수수한 외모 또한 그런 느낌을 더한다. 프린스턴대 재학 시절 수영선수 생활을 했을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한다. 지난해 1월과 7월, 스위스에서 해외 지사장들이 실적 발표를 위한 정기 회의를 가졌을 때에는 캄캄한 밤에 지사장들에게 썰매와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려가게 했다. 이 때 휘트먼 사장이 맨 앞에서 아이들처럼 소리를 지르며 내려갔던 모습이 기억난다.

휘트먼 사장이 강하고 호방한 기질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적이고 자상한 면모도 갖고 있다. 특히 아이들 양육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는 내게 자녀가 고등학교 들어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먼저 알고 물었을 정도다. 그가 거쳐 온 회사도 월트디즈니, 스트라이드 라이트, 하스브로 등 어린이 제품을 판매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CEO로서 휘트먼 사장의 장점은 잘못을 인정할 줄 안다는 것이다. 과도한 자존심이 아닌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한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거나 놀려도 웃으면서 받아들인다.

그는 최근에 "자신보다 못난 사람을 뽑아서 부려먹을 생각을 하지 말라. 내가 제일 잘한 일 중 하나가 나보다 잘난 사람을 뽑았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지사장들에게도 능력있는 후임을 뽑으라고 당부했다. 물론 회사가 발전하려면 자신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들을 뽑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오너가 아닌 이상,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지지는 않을까 두려워 선뜻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휘트먼 사장이 7번이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자리를 옮긴 것도 이렇게 권위나 체면 같은 불필요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오로지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재 현 옥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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