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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오일 붐의 사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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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오일 붐의 사할린

입력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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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에 실린 사할린 르포기사에 눈길이 간다. 유전과 가스전 발굴로 아연 활기를 띠고 있는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 준다. 미국의 석유 메이저 엑손 모빌과 유럽의 로열 더치셀이 1999년부터 2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시작했으며,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륨(BP)과 일본 기업도 뛰어들었다. 220억달러의 외국투자는 러시아 역사상 최대 규모. 사할린 주변의 석유 매장량은 미국전체 매장량의 60%에 달하는 130억배럴이나 된다. 인구 57만8,000여명이 사는 낙후된 섬은 갑자기 동북아의 쿠웨이트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물가가 17%나 치솟았고, 아파트 값이 2년 동안 3배로 뛰었다. 최근 완공된 특급호텔의 스위트 룸은 하루 밤 숙박료가 이곳 월 평균 임금인 200달러인데도 2005년까지 모두 예약이 끝났다.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러시아에서 두 번째가 됐고, 관광회사는 통역을 석유회사에 빼앗긴 데다 호텔 방을 잡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석유회사 근무자들은 다른 회사 직원보다 2배 이상의 보수를 받아 부러움보다는 시기의 대상이 됐다. 고급인력과 자원이 석유회사에 몰리는 바람에 문닫는 기업이 생겼고, 10%에 불과한 석유 관련 종사자들 때문에 빈부격차 조짐도 보인다. 석유 시추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돼 어류 등이 생존을 위협받는 등 오염이 심각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엄격하게 요구하는 환경보호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알래스카는 환경파괴 위험 때문에 야생보호 구역 유전개발을 금지시켰지만 사할린은 너그럽다.

■ 사할린은 1990년 구 소련이 개방하기 전까지는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 등과 마찬가지로 외부인 출입이 통제됐다. 제정 러시아때는 유배지로 유명했고,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이 섬을 차지했다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자 소련에 돌려주었다. 주도인 유주노 사할린스크에는 외국인학교가 들어섰고, 일본은행 지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와 직항이 생겼고, 미국의 앵커리지와 석유재벌의 본거지인 텍사스 휴스턴과도 항로 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 인천 국제공항에서 3시간이 채 안 걸리는 사할린에는 일제에 강제징용당했던 우리 동포 2만여명이 아직도 한을 풀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정부는 경기 안산에 영구 귀국을 희망하는 사할린 동포를 위해 '고향마을'을 만들어 898명을 수용했지만, 대다수가 고령에 만성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 유전개발이 본격화될수록 사할린의 명암은 뚜렷해질 것 같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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