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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강윤구 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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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강윤구 복지부 차관

입력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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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는 시집 잘 온 것 같아."내가 34년 동안, 그것도 하루에 4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은 뒤 열흘 지나서 나와 함께 커피숍을 다녀온 아내가 친구와 전화 통화한 내용이다. 워낙 골초인 신랑을 만나 결혼 이후 금연석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던 아내는 이날 난생 처음으로 커피숍에서 금연석에 앉은 감동을 이렇게 토해냈다.

때늦은 대학입학 후 '냉면그릇에 냉수 떠다 옆에 놓고 담배 한 모금에 기침 한번, 물 한 모금. 또 담배 한 모금에 기침 두 번, 물 두 모금'의 피나는 노력 끝에 담배를 배웠다. 늦게 배운 담배 치고는 매우 열심히 피워댔으며 34년동안 남들이 몇 번씩 하는 금연 결심 한번 하지 않고 몸의 자동조절기능을 과신하고 지내왔다.

그렇게 어언 34년이 지난 2001년 12월10일. 하루 4갑씩 피우던 담배를 그만 피우기로 했다. 이날은 '범국민금연운동본부'현판식이 있던 날이다.

그 당시는 보건복지부에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10)'을 수립하면서 2010년까지 건강수명 75세를 목표로 금연 절주 영양 운동 등 건강실천운동을 기획하고 실천하던 시기였다. 당시 김원길 복지부 장관께서는 간부회의 석상에서 "강 실장 같은 금연 구제불능 인사는 금연사업 대상에 포함시키면 추진실적만 나빠지니 아예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말할 정도로 나는 금연의 열외 인사였다.

장관의 구제불능 대상은 20년 이상 계속해서 피운 사람, 하루에 2갑 이상 피우는 사람, 40세가 넘은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금연도 되지 않으려니와 금연을 하더라도 국민건강증진이나 국민의료비 절감에도 별로 도움이 안될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자는 말씀이었다. 내 경우는 여기에 모두 해당됐다.

이런 내가 담배를 끊은 것은 범국민금연운동을 담당하는 담당과장을 도울 길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거의 유일한 이유였다. 나는 금연정책을 담당하는 장옥주 건강정책과장에게 복지부 골초 20명만 모아주면 플래카드 내걸고, 금연 머리띠 두르겠다고 약속하였으니 조금 황당하긴 하다.

담배를 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냥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이다. 내 경우에 비추어보면 무엇보다 '금연'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한 이후에도 집안에, 사무실에, 자동차 안에 각각 한 보루씩 담배를 놓아둔 것은 물론이고 근 한달여는 주머니에 담뱃갑과 라이터를 넣고 다녔다. 이는 비 오는 날 재떨이에서 꽁초 담배 주워 피웠던 경험 때문이다. 담배가 없으면 왜 그리 더 피우고 싶은지….

그러나 가장 간단하고도 확실한 방법을 실천하기는 그리 간단치 않다. 따라서 본인의 의지로 끊기가 어려우면 금연침 등 금연보조제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담배 피우기를 그만 둔지 1년 반쯤 지난 지금 집안이나 사무실, 자동차안의 담배 냄새도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아내는 요즘 "당신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 이번에는 술을 끊어보세요"라고 종용한다. 차후에 밥 끊으라고 하지는 않을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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