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사냥이 뭐길래….영국 정가의 해묵은 논란거리인 여우 사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원은 지난달 30일 엄격한 통제 하에 여우 사냥을 허용하자는 정부안 대신 이를 전면 금지하는 수정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승인했다.
여우 사냥은 사냥꾼이 말을 탄 채 수십 마리의 사냥개를 동원해 여우를 쫓다 사냥개가 여우를 물어 죽이게 하는 것으로 영국 귀족들의 전통적인 오락이다. 최근에는 레저 활동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여우 사냥이 핫 이슈가 된 것은 잔인성 때문. 동물보호단체 등은 사냥꾼을 "흡혈귀"라고 비난하며 사냥 금지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도 2001년 총선 공약에서 사냥 폐지를 들고나와 공론화했다.
그러나 여우 사냥이 빼앗길 수 없는 권리라고 주장하는 농촌 주민들의 여론이 거세지면서 문제가 꼬였다. 이들은 "여우 사냥은 농작물과 가축을 해치는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동시에 관광 수입까지 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돈벌이로 이를 금지한다면 농가 수입이 줄고 시골 학교와 병원도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찰스 왕세자가 "여우 사냥을 금지하면 이민을 떠나 스키나 타면서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해 불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하원이 사냥 전면 금지안을 통과시켰어도 상원이 사냥 금지에 여전히 비판적이어서 법으로 확정될지는 점치기 어렵다. 일단 절차상 17일로 예정된 상원 법안 상정조차 힘들지 않느냐는 전망이다.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한해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방에서 사냥으로 죽는 여우는 2만1,000∼2만5,000마리. 스코틀랜드는 지난해 2월 영국에서 처음으로 여우 사냥을 법으로 금지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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