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우선 철도파업 사태의 해결로 노무현 대통령의 '친노(親勞)이미지'를 상당부분 불식시킨 점을 중요한 성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법과 원칙'에 따른 원칙적 대응의 방식으로 노 대통령이 스스로 강조한 노사 사이에서의 '엄정중립'을 실천에 옮긴 첫 사례였다고 보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노동운동의 방향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한 점도 중요한 성과다. 특히 청와대는 해외에서 노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획기적으로 교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불법파업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강경 대응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 해외 투자 유치 등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문재인 민정수석은 1일 "이번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해서 불법파업 해결을 앞당겼기 때문에 해외 신인도 및 국가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문 수석은 또 "철도파업은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하지도 않았고 국가 경제를 고려하지도 않았으며, 그 결과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무너졌다"면서 "이는 노동운동 전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노동계가 이번 사태를 반성의 계기로 삼아 스스로 변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문 수석은 이어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마무리되는 대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새로운 노동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며 새로운 노사문화 구축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자신감의 회복은 화물연대와 조흥은행 파업 사태 때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청와대의 기대대로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이 정치적 파업을 지양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노동운동으로 선회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아직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고 또 그동안 우호적 지지기반이었던 노동계와 상시적 긴장관계에 들어서게 됐음은 부인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노동계의 자발적 협조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에서 다소 멀어졌다는 것은 손실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철도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되 "탄압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적정한 기준을 강구할 것"을 지시한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다. 원칙의 관철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이 동시에 서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민정수석도 "철도노조 집행부의 독단적인 파업결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다수 조합원이 큰 희생을 치르고 많은 상처를 안게 됐다"고 말한 것에도 이런 시각이 담겨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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