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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법을 바보 만드는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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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법을 바보 만드는 바보들

입력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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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에 나오는 범블씨는 법이 부인이 남편의 책임하에 행동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그 법이 바보지, 이 멍청아."한국의 가족법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법 제도와 비슷하다. 그 시대에는 남편이 부인과 부인의 잘못, 그리고 빚까지 책임져야 했다. 이러한 불평등은 많은 이들이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여김에 따라 결국 지난 세기동안 법이 바뀌었고 여성들도 남성과 똑 같은 책임과 권리가 있음을 인정 받게 되었다.

한국의 법도 바뀌고 있어 머지않아 여성들도 호주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법들이 있다.

만일 많은 사람들이 '법이 바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 법을 지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법이 개정되거나 사람들이 그 법에 동의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

대체로 외국인들은 법의 존엄성 측면에서 한국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법을 엄격히 준수하는 것보다는 친구나 가족, 학연, 지연을 더 중시한다. 또 법이 인간의 도덕성을 높이는 데 사용되기 보다는 종종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을 응징하는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법이 무시되는 사회에서는 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손해를 본다. 그러면 더욱 법을 지키기가 힘들어진다. 교통 법규를 철저히 지키는 버스 기사는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못해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 또 오토바이를 타고 불법적으로 인도를 달리거나 일방통행 길을 거스르지 않는 퀵 서비스맨은 마감시간을 놓치게 되고 소속 회사는 더 빠르고 무자비한 경쟁사에 의해 타격을 입는다. 뇌물을 바치는 건설업자는 더 빨리 건물을 완공할 수 있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더 빨리 새 차를 장만할 수 있다.

뭔가 잘못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확신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마지못해 법에 복종하도록 하는 불가피하게 비효율적인 경찰력에 의존하는 대신 사회적 양심과 도덕에 따라 행동하도록 사람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정말 '바보'가 될 것이다.

알란 팀블릭 영국인 주한영국 상공회의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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