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백기투항으로 노동운동은 상당기간 퇴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법과 원칙'을 우선하는 노동정책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여 노동계가 지금까지와 같은 '혜택'을 누리기는 어려워졌다. 하투(夏鬪)도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과 화학섬유연맹의 연대파업(2일) 등이 남아있으나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전망된다.노동정책 강경 기조
철도파업을 계기로 정부는 노동계에 "불법파업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분명히 전달했다. 노동계로부터 쏟아질 비난이 불보듯 뻔한데도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경찰력을 투입한 사실에서도 더이상 노조에 끌려 다닐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혀진다. 노동정책의 방향도 선명해졌다. 노동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으로 '법과 원칙'을 노동정책의 중심축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했다. 화물연대, 조흥은행, 부산·대구·인천지하철 파업의 경우 불법 파업이라도 '대화와 협상'을 병행했으나 이번만큼은 '정상화 없이 타협은 없다'며 공식 또는 비공식 협상을 거부했다.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불법파업이란 판단 때문이다.
막바지 이른 하투(夏鬪)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 등의 연대파업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는 노동계 결속력을 약화, 하투의 열기를 식힐 전망이다. 사실상 노동계 연대파업의 동력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의 파업현장 경찰력 투입을 이슈화, 하투를 대정부투쟁으로 끌고 갈 예정이었지만 철도 파업의 실패 때문에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노동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실제로 2일 현대자동차노조의 주야 4시간 부분파업 등 금속연맹 연대파업의 파급력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재파업을 경고한 화물연대도 지난번만큼 강력한 파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양대 노총은 연대파업이란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개별 사업장 단위의 임·단투에 충실할 전망이다. 임·단투가 노사 자율에 맡겨지면 노조가 주5일근무제 실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정책적 사안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거리 두는 노동계
민주노총 관계자는 "철도파업에서의 물리력을 이용한 노조 탄압이 일회성으로 끝날지 의문"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대정부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철도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한데 대한 반감도 크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노동계 동조 없이는 주5일근무제 등 노동개혁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점이다. "1, 2년내 노동관련 제도 및 관행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 근로자의 권리와 의무까지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도록 선진화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이 노동계의 저항에 부딪쳐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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