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이 공동 개발한 최신형 전투기 '유로파이터'가 개발에 착수한 지 20년 만에 면허 생산돼 30일 독일에 처음으로 실전 배치됐다.전세계에서 지금까지 개발된 전투기 중 성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유로파이터의 본격 생산은 유럽의 독자적인 공군력 강화 계획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페터 슈트루크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독일 남부 만칭에서 열린 인수식에서 "유로파이터는 우리의 제공권 확보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며 "나토와 유럽연합의 군사력 강화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식에는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의 국방차관 등 고위 관리들이 참석했다.
유로파이터는 영국 232대, 독일 180대, 이탈리아 121대, 스페인 87대 등 컨소시엄에 참여한 4개국에 이미 620대가 팔려 제작 중에 있으며 오스트리아와 그리스는 78대를 주문해 놓고 있다. 대당 가격은 8,000만 유로(약 1,080억원)로 기존 전투기보다 비싼 편. 영국은 공군 주력 전투기인 재규어와 토네이도 F3기종을 유로파이터로 교체할 예정이고, 독일은 2015년까지 현재의 팬텀과 미그―29 기종을 모두 이 전투기로 바꿀 계획이다.
유로파이터 구상은 1977년에 처음 시작됐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83년에 마련돼 88년에야 개발이 시작됐다. 영국의 BAE시스템스,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 항공우주,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스페인의 카사그룹 등이 분야별로 나눠 개발했다. 하지만 각국 재정사정과 반대여론에 부딪혀 개발이 상당기간 지연됐다.
개발자들은 유로파이터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전투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시거리를 넘어서는 장·단거리 공중전 능력은 물론이고 지상 타격능력을 한층 강화한 다목적 전투기로 설계됐다.
기체의 대부분을 탄소섬유복합재로 가볍게 만들어 속도와 민첩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 첨단 적외선 추적장치로 20개의 목표물을 동시 추적할 수 있다.
컨소시엄측은 "미국이 조만간 실전 배치할 F―22만이 이 전투기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22는 가격이 유로파이터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로파이터의 생산은 최근 군수 및 방위 분야에서 미국의 우산에서 벗어나려는 유럽의 움직임에 비추어 상징성이 크다. 이미 유럽연합은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독자 모델의 군 수송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인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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