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여성에게 최고의 기쁨이지만 남성에게는 고역이다.A씨 커플의 이야기. 남자는 여름 샌들을 사러 백화점에 가는 여자 친구를 따라 나섰다. 하지만 결국 여자 친구가 산 것은 빨간 가방. "신발은 마음에 드는 게 없었고, 평소 사고 싶었던 가방이 마침 세일을 하기에 샀다"고 설명하는 애인에게 "샌들을 사려 했으면 샌들만 보고 나오지 왜 가방 가게에는 들어갔느냐"고 남자는 화를 낸다.
왜 남자는 여자의 쇼핑을 따라다니지 못하는 걸까? 연애 지침서의 고전인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이 현상에 대한 분석도 놓치지 않는다. 남자가 쇼핑을 싫어하는 이유는 한꺼번에 다양한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신경세포에 자극을 줘 우뇌와 좌뇌의 연결을 촉진해 여성이 서로 무관한 일을 다중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반면 남성을 그렇지 못하다는 것. 때문에 수 많은 종류의 물건이 놓여 있는 백화점은 애초부터 남자와 맞지 않는 장소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며 남성은 사냥꾼의 역할에 맞게 여성은 보금자리 보호 역할에 맞게 진화했다. 보금자리를 가꾸어야 하는 여성이 쇼핑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보통 가정 경제를 책임 지는 여성의 머리 속에는 평소 사고 싶었던 것과 장 볼 목록이 가득 담겨 있는데 반해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옥탑방이라도 사랑만 있으면 함께 할 수 있다"며 두 눈 가득 진실한 눈빛을 쏟던 그녀가 백화점 앞에만 서면 "돈 없이 행복 없다"는 쇼핑 중독자처럼 보일 때 남자들은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92년부터 활동해 온 아카펠라 그룹 더 솔리스트의 첫번째 앨범에 실려 있는 노래 '돈 벌어 돈'도 그런 배신감에서 나온 노래일 지 모른다. '돈 없어도 진실만 있으면 사랑할 수 있단 그녀/ 왜 그렇게 사고픈 게 많은지/ 그녀도 돈만 보면 그 큰 입 귀에 걸리지'라는 노랫말에 많은 남자들은 공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노래처럼 '돈 벌어 돈/ 내 사랑 안 뺏기려면은/ 돈 없고 빽 없으면/ 찬 밥 신세'라는 자조로 끝내기보다 "다 가정을 잘 꾸리려 진화하다 보니 생긴 습성"이라고 이해해 보는 건. 물론 여자의 행복과 돈이 정확히 어떤 함수 관계를 가지는가는 영원한 숙제이지만.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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