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핵심 우량주)을 싼 값에 사들이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서 유통 주식 물량이 줄어든 데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량주를 대거 매집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량주 외국인 독식
3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외국인들의 한국 기업 주식 보유금액은 연초보다 6.53%(6조1,394억원) 증가해 지난해 말 이후 또다시 100조원을 돌파했다. 외국인의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35.63%로 종합주가지수가 925.70포인트를 기록했던 2002년 4월23일 35.06%(125조원)를 넘어섰다. 지수가 700선을 넘지 못했는데도 외국인 보유 주식 물량은 이미 지수 900선일 때와 맞먹는 셈이다.
특히 올 5월28일 이후 한달 여 동안 외국인들이 거래소시장에서 2조8,55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는 우량주들이 속출하고 있다. 옥션 주식의 90.28%가 외국인 손에 넘어갔으며, POSCO의 외국인 지분율이 63.75%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을 비롯, LG전자(24.43%) 현대모비스(28.27%) SK(42.45%) 등도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다. 한국증시의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4.83%로 연중최고치를 기록했고 사상 최고치(2001년12월6일 60.0%)에는 5.18%포인트만 남겨두고 있다.
우량주 '품귀 현상'?
외국인들이 우량주를 이미 독차지한 상태에서 앞으로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에 편입돼 다른 외국계 펀드가 주식을 사거나, 국내 기관투자가나 개인들이 주식을 사들일 경우 어떻게 될까. 메릴린치증권 개인자산관리그룹 채현종 본부장은 "외국계 펀드나 기관들은 환금성이 높고 안정적인 시가총액 상위종목이나 우량주를 살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이들 주식은 물량이 달리는 품귀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물량은 더 부족해진다
게다가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들이 최근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잇따라 매입·소각하면서 주식 물량은 더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조5,000억원 자사주 매입에 이어 올들어 1조원어치를 추가 매입·소각했다. SK텔레콤도 올 1월 5% 자사주를 소각한 데 이어 최근 3%를 추가 매입·소각키로 했다. KT도 올 1월 5% 주식을 소각한 데 이어 6월 들어 1%를 추가 소각하는 등 올들어 주요 상장기업이 소각한 자사주 규모는 총 3조8,000억원에 달했다. 3조원어치가 넘는 주식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오현석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60%에 육박했을 때도 우량주 품귀현상이라는 말이 나왔다"며 "우량주의 유통 주식수 감소라는 수급적 측면이 주가를 좌우하는 중요 변수임에는 틀림없지만 기업 펀더멘털이나 경기까지 복합적으로 감안해 투자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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