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이 거의 매일 주식을 사들이면서 종합주가지수가 700포인트 선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주가상승 국면을 보통 '금융장세'라고 부른다. 주로 경기 수축기에 나타나는 시장 흐름으로 경기는 하락하고 있지만, 금리하락으로 상징되는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또 현실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지배하여 비록 현재의 경기는 나쁘지만 머지않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상승을 주도해 나간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지금 상황을 점검해 보면, 경기가 하강하고 있고 주가는 상승하고 있으며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경기가 조만간 저점을 형성한다는 전제만 성립한다면 금융장세의 외관은 갖춘 셈이다.
반면 차이점도 있다. 과거에는 경기바닥권에서 주가가 상승할 경우에 시중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실질적인 고객예탁금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거래소시장에서 지난 한 달간 약 2조7,000원의 순매수를 보였는데, 개인들은 약 2조원의 주식을 팔았다. 그런데 고객예탁금은 1조원 정도 밖에 늘어나지 않아 실질적으로 일반 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에 자금은 풍부하지만, 정작 증시로 들어오는 것은 아직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금융장세의 중요한 특징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이끌어나간다는 점인데, 이번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예전에는 국내외 경기회복기에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주식시장을 크게 앞서는 상승세를 보여 주식시장이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정확히 예상하고 있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미국시장에 이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주식 투자자들이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해 무언가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장세의 핵심은 외국인 매수세의 성격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 순매수는 국내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미국의 정보기술(IT)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도 추측할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발생한 잉여유동성이 한국시장으로 밀려들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수가 늘어난 시기는 미국의 유동성이 늘어난 시기와 상당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매수가 반드시 주가상승으로 연결되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2000년, 2001년 경기 후퇴기에는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계속 사들였지만 주가가 장기 하락한 적이 있었다.
주가가 3월의 최저치 대비 30%이상 상승한 현 시점에서, 예측 곤란한 외국인 매수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시장을 따라다니기 보다는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이 어느 정도 확실한가를 따져서 투자에 임해야 할 시점이다. 추측컨대 경기가 2분기 중 최악을 지났을 가능성은 다소 높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수출둔화가 예상되는 하반기 중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한다는 믿음으로 주식투자에 나서기에는 좀 이른 시점으로 보인다.
김 지 환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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