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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 박호군 科技部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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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 박호군 科技部장관

입력
200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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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발전 없이 어떻게 나라가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과학 부흥과 과학자 사기 진작을 위해 장관직을 걸고 '과학 전도사' 로 나설 것입니다." 박호군(朴虎君·56) 과학기술부 장관은 취임 4개월을 맞아 지난 25일 과천 정부청사 장관 접견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과학자들의 연구 의욕도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의 중심에 서는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만드는데 매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과학자 출신인 박 장관은 "최근 '공부 잘하면 의대나 법대를 가고 그렇지 않으면 공대에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어떻게 개선할지 과학 책임자로서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 장관은 취임 이래 16차례나 지방의 과학기술 현장을 방문하고 매주 주요 연구소장 및 기업인들과 면담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한다. 공직자 휴무일인 28일에는 대덕단지 내 연구소 책임자들과 산행을 했고, 다음 달 초에는 부처 내 서기관급 이상 간부 100명과 함께 해병대에 입소, 단합을 위한 극기훈련을 갖는다.―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보면서 느낀 점과 향후 정책구상은.

"장관에 취임한 이래 연구기관이 밀집한 대덕의 국립중앙과학관에 현장 집무실을 마련하고 1주일에 한 번 이상 내려갑니다. 연구기관을 직접 방문해 연구원들의 어려움을 듣고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죠. IMF 환란 때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기업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많이 구조조정을 당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들의 마음을 달래고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화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적극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대책은.

"먼저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IMF환란을 겪으면서 연구기관에서 먼저 연구인력을 줄이고 정년을 단축하는 조치를 취해 과학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청소년들도 이를 보고 과학자가 되려는 꿈을 접었지요. 때문에 정부에서 이공계 진출 촉진을 위해 능력있는 연구원들의 정년을 없앴고,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설립해 연금제도 시행키로 했습니다. 대통령 과학장학생도 매년 120여명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이공계 연구원 병역 특례자에 대한 복무기간도 3년10개월로 단축하는 등 이공계 학생들이 공부할 여건을 만들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당근 처방' 만으로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근본처방으로는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지요.

"이공계 교육과 연구 현장에서 보람을 느끼고 연구를 천직으로 여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합니다. 과학자들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인식해줘야 합니다. 과학자가 그저 국민 혈세나 낭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공계 기피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과학 전도사'가 돼 국민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과학기술 발전 계획은 무엇인지.

"지식정보혁명시대에는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결코 사회 발전을 이룩할 수 없습니다. 현재 주력산업은 반도체,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TFT―LCD(박막 다이오드 액정 표시 장치), 자동차 등이지만 이미 반도체의 경우 가격등락이 심하고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이를 대체할 기술을 미리 육성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뒤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과기부는 연료전지, 바이오칩 등 50개 차세대 유망 기술을 후보로 선정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특히 독창적인 분야와 '위험성은 높지만 성과를 거두기 힘든(high risk low return)' 분야를 집중 지원할 것입니다. 우주 항공분야와 방재(防災)분야 등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연구할 수 없는 '사회간접자본(SOC)기술' 분야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방 과학기술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나라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동북아 연구개발(R&D) 중심 축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방 과학기술 육성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중앙과 지방의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연계해 우수 지방 이공계 대학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여기서 나온 연구결과로 대학원생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지방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것입니다. 지방에 과학기술 발전의 3대 요소인 인프라·인재·연구비가 함께 모일 수 있도록 '지방 과학기술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뒷받침해 줄 것입니다. "

―과학자 출신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의 중심이 되는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 때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크게 다를 것입니다. 과학기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사회 리더'가 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인은 연구만 하는 사람이라는 좁은 인식을 버리고 인류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대담·정리=권대익 기자 dkwon@hk.co.kr

■ 박호군 장관은

박호군 장관을 옆에서 지켜 본 사람들은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업무를 추진하는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1999년부터 4년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1인당 연구 계약고를 2억원에서 4억원으로 늘렸고, 중견 과학자 30명을 영입해 20년 만에 처음 대학에서 연구소로 우수 인력을 이동시키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정부 출연 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6시그마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한 것 등을 통해 과학자에 머물지 않고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

박 장관은 장관이기에 앞서 30년 이상 KIST 등에서 재직하면서 유기화학 및 정밀화학 분야 연구에 전념,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그의 막내 삼촌은 박긍식(朴肯植) 전 과학기술부장관으로 집안에서 2명의 과기부 장관을 배출했다.

부인도 서울대 문리대 화학과 동기 동창인 황영애(黃英愛·56·상명대 화학과 교수)씨로 슬하에 2남(두 아들 모두 공대에 입학했다)을 두고 있다.

1947년 서울 출생 1970년 서울대 화학과 졸업 1975년 미국 일리노이대 이학석사 1980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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