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27일 금강산에서는 50년 세월도 모자라 거센 빗줄기와 격랑을 헤치고 재회한 혈육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최근 북미간 긴장이 고조된 데다, 대북송금사건 수사발표까지 겹쳐 반 백년 비원이 자칫 한 순간에 비틀어질까 맘을 졸였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의 감격은 더했고, 눈물도 한층 더 진해 보였다.이날을 기다리며 생명의 끈을 모질게 잡아 온 10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의 상봉 장면은 '마지막 만남'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절로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남측 최고령자인 어순덕(102) 할머니는 53년 만에 만난 딸 정완옥(56)씨의 손을 부여 잡고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1951년 1·4후퇴 때 북에 남겨두고 온 둘째 아들 영준(65)씨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101세의 박영철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도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흘 뒤 돌아오겠다던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김신채(83)씨는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앉은 아들 병선(60) 병우(53) 형제의 모습에 "고생이 많았지, 나도 고향 생각 많이 했다"며 눈물을 훔쳤고, 아내 김화실(83)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듯 "반갑수다" 한마디만 꺼낸 뒤 눈물을 삼켰다.
납북자 가족 상봉도 이뤄졌다. 이강삼(76·여)씨는 36년 전 고기잡이를 하다 납북된 외아들 윤경구(55)씨를 보자 곧바로 오열을 터뜨리며 잠시 혼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경순(75·여)씨는 72년 부산에서 오대양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납북된 남편 김용철씨가 이미 세상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북의 여동생 유신(66)씨에게 전해 듣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느라 안 해 본 게 없는데 이제 하소연할 데도 없게 됐다"며 오열을 터뜨렸다.
이낙기(71)씨는 한국전쟁 때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을 이번 이산가족상봉으로 모두 찾아 이산의 한을 훌훌 털어버렸다. 이씨는 83년 KBS 이산가족 찾기에서 아버지와 여동생을 찾았고 이번에 두 남동생과 상봉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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