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이 미 달러화에 위안(元)화를 연동시키는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존 스노 미 재무 장관이 25일 "중국이 위안화의 변동폭 확대를 고려 중"이라고 말한 것도 대 중국 압력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압력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26일 홍콩의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급 상승하는 등 시황이 요동쳤다.
하지만 중국은 현 환율이 적정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위안화 평가 절상 및 페그제 폐지 여부를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가중되는 평가 절상 압력
스노 장관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중국 당국이 위안화 변동폭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일부' 있었다"며 "그것은 촉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위안화 저평가를 유지시켜온 페그제를 사실상 폐지해 위안화를 평가 절상해야 한다는 미국측 희망을 담은 대 중국 압력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발언은 같은 날 미국 제조업체들의 모임인 '달러화 건전화를 위한 연맹'이 "페그제는 화폐가치 조작 정책이어서 미 무역법 301조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금속과 자동차, 섬유 등 80여개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이 연맹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평가 절상하지 않을 경우 무역 보복에 나서줄 것을 백악관에 건의할 계획이다.
스노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국제 외환시장에서 1년 만기 위안/달러 선물 환율이 뛰었다. 이는 1달러당 8.2770위안으로 고정된 현 환율이 1달러 당 8.1520위안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압력의 배경은
미국은 달러 절하 정책으로 자국 산업·수출 경쟁력을 높였으나 유독 대 중국 수출 경쟁력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대 중국 무역에서 1,030억 달러의 적자를 본 미국은 달러 가치 하락이 곧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페그제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저평가가 수출에는 물론 외국인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고 보는 중국은 압력을 수용하지 않을 태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3일 현행 고정환율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재천명했다. 중국이 최근 외국 기업들의 환전 제한을 슬며시 완화, 평가 절상 압력을 낮춘 것도 당분간 고정환율제 골간을 흔들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부실화한 금융기관들을 정비하고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조치를 완료한 뒤 위안화 평가 절상과 페그제 수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UBS 등 일부 기관들은 중국이 향후 1년 내에 환투기를 막을 수 있는 범위인 2% 이내에서 위안화 변동을 허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페그제((Peg System)란
달러 등 기축 통화에 대한 자국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해놓고 이를 고시한 다음 이 비율로 무한정으로 화폐를 교환해주기로 약속하는 제도. 자국의 화폐 가치를 쐐기(peg)로 박아 고정시켰기 때문에 일종의 변형된 고정환율 제도라 할 수 있다. 1983년 홍콩이 이 제도를 도입해 홍콩달러의 가치를 미국 달러화에 고정시켜 놓았고 중국도 94년부터 1달러당 8.2770위안이라는 교환비율을 정하고 이를 유지해왔다.
이 제도 하에서 위안화에 대한 엔화 등 외국 화폐의 가치는 미국 달러 가치를 반영해 결정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