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50) 씨 집 강탈사건 비선(秘線) 수사 의혹에 대한 경찰청 감찰결과가 알려진 26일 일선 경찰관들과 시민들은 '경찰이 무기거래상의 사설탐정이냐' '경찰 기강이 무너져도 한참 무너졌다'는 탄식과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사건 수사관들이 범인들과 모텔에서 술파티를 벌였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경위가 치안정감에 무시로 전화
경찰 감찰조사결과 출처를 알 수 없는 100억원대의 금품을 강탈당한 김씨의 '극비수사 요청'에 고위층을 포함한 경찰 간부들은 정식보고까지 생략해 가며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 줬다. 이에 대해 한 일선 경찰서 형사계 직원(36)은 "보고 누락까지 하면서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모습은 사설탐정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또 간부 중 가장 낮은 직급인 경위가 청와대에 근무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경찰의 최고위 직급인 치안정감과 치안감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고 식사 대접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감찰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던 박종이 경감은 평소 친분이 있던 김씨로부터 강도를 당한 사실을 전해듣고 고향 선배인 이승재 경찰청 수사국장(치안감)에게 전화를 걸어 극비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박 경감은 특수지(청와대)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민정수석비서관의) 연락관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경찰관은 "청와대에 들어가면 아무리 낮은 직급이라 해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위세를 부리는 것이 경찰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경감의 안하무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박 경감은 지난해 7월 김씨가 두번째 강도를 당하자 이대길 서울경찰청장을 만나 "한 집에 두번이나 강도가 든 것은 경찰의 망신"이라고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박 경감의 말을 듣고 서대문경찰서에 '사건을 확인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주3병은 나눠가져
수사반 형사들은 모텔에서 수사하면서 범인들과 술파티를 한 데 이어 김영완은 이들의 숙박비까지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의 서대문경찰서 강력2반에 대한 감찰 결과, 지난 해 4월말 서대문서 유치장에 갇혀있던 범인 곽모(45)씨 등 3명에 대한 수사를 J모텔에서 진행하며 육회를 안주로 소주와 맥주를 범인들과 나눠마셨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곽씨의 가족이 가져온 밸런타인 양주 3병을 나눠가졌다. 뿐만 아니라 수사반원들은 피해자 김영완이 엿새치 숙박비를 대신 지불해주는 데도 사양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경찰 간부는 "피의자를 경찰서 외부에서 조사하는 관행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라며 "수사를 하면서 범인들과 술까지 마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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