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교육인적자원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학생체벌금지 권고를 거부한 이후 학교 현장에서 체벌이 급증하고 있다.26일 참교육학부모회에 따르면 연간 30∼40건이던 이 단체의 체벌 관련 상담건수가 3월초부터 지금까지 4개월만에 60∼7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는 교사와 학교측이 체벌을 무마하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지나친 회유 작업을 벌인 사례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5월7일 서울 A여중 2학년 강모(14)양은 "대들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뺨을 맞아 이가 부러졌다. 가해 교사는 강양을 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의사가 묻거든 엄마가 때렸다고 하라'고 강요했다. 게다가 강양이 교사를 모함했다는 얘기가 퍼져 강양은 학생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고 말았다. 강양은 현재 전학수속을 밟고 있다.
경남 창원시 B초등학교에서는 5월19일 6학년 학생이 '공책이 없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주먹과 손바닥으로 20여차례나 맞아 뇌진탕 증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학부모에게 '1,000만원을 받고 그냥 넘어가라'고 회유했다. 가해 교사는 감봉 1개월에 타지역 전근이라는 가벼운 징계만 받았다.
서울 C초등학교 2학년 김모(8)군은 2일 담임교사에게 체벌을 받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한때 생명이 위독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김군은 현재도 집에서 약물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측은 "학생지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애매한 입장을 취하며 교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이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인권위의 체벌금지 권고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이후 일선 학교에서는 체벌에 대해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교사들에 의한 학생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법적·제도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앞으로 법률전문가 정신과전문의 등과 함께 체벌에 대한 진상조사와 피해자 보호, 법률지원 등 아동보호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징계위원회가 가해교사 편에서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고 있다고 판단, 징계위에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도록 당국에 관계 규정의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강양을 체벌한 A여중 교사는 "뺨을 가볍게 한대 때렸을 뿐이고 거짓말을 시킨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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