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승엽(삼성)의 세계 최연소 300홈런이 터진 대구구장. 함성속에 애국가를 부르는 팬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팬은 "대기록의 현장을 '라이브'로 지켜볼 수 있던 것은 큰 행운"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후 이 볼이 엉뚱한 보상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삼성구단이 이 볼을 되돌려 받기 위해 내놓은 '선물'은 TV 한대와 2년간의 구장무료이용권. 홈런볼을 주운 당사자는 "턱도 없다"며 등을 돌렸다. 매 경기 구장에 들르기가 쉽지 않고 무료 입장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까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TV 한대가 보상의 전부다. 보상이 적다는 이유로 공을 못 주겠다고 버티는 심정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26일 외신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떴다. 미 프로야구 배리 본즈의 2001시즌 73호 홈런볼이 경매에서 45만달러(약 5억원)에 낙찰됐다는 내용이다. 그곳 사람들은 "액수가 너무 적다"고 난리다. 이에 앞서 마크 맥과이어의 한 시즌 최다 홈런볼(70호, 98시즌)은 32억원에 낙찰됐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시즌 70호, 73호 홈런이 이승엽의 300호 보다 가치에서 앞선다. 그러나 32억원대 TV 한대의 차이를 지켜보는 심정은 씁쓸하다. 스포츠스타의 업적을 바라보는 문화적 시각의 차이 또는 스포츠시장 규모의 격차 때문이라고 위안을 삼고도 싶지만 그것 뿐만은 아닌 것 같다. 각 분야의 개인적 업적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에 인색한 풍토가 그 원인일 수도 있다는 우울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미국 사람들이 태권도 보급에 앞장선 이준구 백악관정책자문위원을 기리기 위해 28일을 '준 리(미국명)의 날'로 선포했다. 개인적으로는 6월22일을 '이승엽의 날'로 정하고 싶다.
김병주 체육부 기자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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