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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이어/법조인 칼럼 - 美여대생 판결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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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이어/법조인 칼럼 - 美여대생 판결에 박수

입력
200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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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필리핀의 한 전도사로부터 여러 차례 이메일이 왔다. 미국 여대생이 살인누명을 쓰고 한국의 감옥에 있는데 도와달라는 간청이었다. 변호를 맡은 사건 내용은 이랬다. 2001년 3월17일 외국인 여대생 여러 명이 이태원의 허름한 여관 방을 잡아놓고 서울 구경을 했다. 그 여대생 가운데 두 명은 밤 늦게까지 치근덕거리는 미군들과 바에서 놀다가 여관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그 중 한 명이 무참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됐다.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한 방에서 잔 학생조차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진술했다. 혈흔도 지문도 없었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갔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피해자의 부모는 미국 국무부 등 관계 요로에 진정을 했다. 미국의 상원의원이 한국 대통령에게 그 사건을 얘기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난 뒤 특명을 받은 한국의 미연방수사국(FBI) 지부장, 군 수사요원이 미국으로 건너가 켄지라는 여대생을 조사하고 범인이라고 발표했다."저는 절대로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인도돼 영등포구치소에 갇힌 여대생의 절규였다. 헌팅턴시로 간 조사 요원들은 모텔 방에서 그녀를 추궁했다. 영장도 없었고 묵비권이나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도 얘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은 자백을 받아냈다. 사실상 감금상태였던 여대생은 설명하기 힘든 최면에 빠져 그들의 요구에 응했을 뿐이라고 내게 말했다. 요즈음 인기를 구가하는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가 있다. 범인이 아닌 남자가 정말 자신이 범행을 한 듯이 형사 앞에서 생생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형사는 순진한 그에게 겁도 주고 달래면서 자신이 만든 영상을 입력시키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켄지 역시 그런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한국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밀실수사에서 얻은 증거를 배척한 것이다. 무죄 선고 순간은 한국 법원의 공정한 절차를 세계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무죄가 선고되자 변론을 부탁한 전도사로부터 이메일이 다시 왔다. 그가 전도를 하는 카렌족이 나를 초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엄 상 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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