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조 달러 가치의 사업 규모. 전세계를 연결하는 통신기술과 언론 조종 능력. 전세계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영향력.' 비정부기구(NGO)가 다국적기업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NGO가 스스로를 평가한 것이다.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26일 "NGO 관계자들 스스로가 그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며 21세기 NGO의 과제를 제시했다. 이 신문은 국제환경단체 '지속 가능' (www.sustainability.com)이 유엔환경계획(UNEP) 등의 지원을 받아 최근 펴낸 '21세기 NGO' 연구보고서를 소개한 뒤 사설을 통해 "시민단체들은 기업 등에 설파하는 내용을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세계 NGO 관계자와 여론주도층 등 200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기초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NGO는 과거 첨예하게 대치해온 기업과 공공부문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시민단체의 변화상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정작 대다수 시민단체들은 그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책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단체 인사들이 기업이나 공공부문에 무임승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시민단체가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재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깨끗해야 하고, 시민운동 간부의 충원이나 정책 대안 제시에서도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 NGO의 투명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고서는 동반자 관계 설정 및 재정 문제 해결을 21세기 시민단체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기업·공공부문과 협력 관계를 잘못 설정할 경우 "시민단체를 팔아 먹었다"는 비판에 처할 수도 있다.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는 투자"라는 인식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제안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