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비롯한 서방 주요 언론들은 26일 대북송금 사건 수사발표 내용을 사설과 기사를 통해 상세히 보도하면서 이번 특검으로 김대중(金大中) 전 정부의 햇볕정책이 큰 도덕적 상처를 입었다고 분석했다.요미우리(讀賣)신문은 '노벨평화상에 상처가 났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돈으로 샀다고 비난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수사결과를 평했다. 사설은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에서는 돈이 최우선으로 군사비로 나가게 되어 있고 송금으로 인한 재정적 여유는 결과적으로 핵 개발에 사용됐을 것"이라며 "북한은 경제재건보다도 핵개발을 진행했고 햇볕정책이 실패한 것은 명백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은 햇볕정책을 계승해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런 노 정권과 대북정책에서 공동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노무현 대통령은 불신의 싹을 뽑아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3년 전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에 깊은 상처를 내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햇볕정책과 정상회담의 성과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남북한은 평화적으로 공존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그런 관점에서 김대중씨가 남북 정상이 직접 대화하는 장을 실현시킨 의의는 지금도 소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끝으로 "핵 문제를 둘러싼 일·미·한의 공동보조를 위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 정권의 불투명한 행위를 확실히 해 불신의 싹을 뽑아내는 노력을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반도 평화를 찾아, 소떼에서 현금까지'라는 비판적 논평기사에서 "1998년 정주영(鄭周永)전 현대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으로 갈 때부터 남북한 관계는 대부분 일방적인 것이었다"며 "한국은 지금 1억 달러가 긴장완화를 위해 지출한 정당성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시각과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했다는 시각으로 갈려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의혹을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 국민의 세금이 북한 핵프로그램에 사용됐을지 모른다는 비판론자들을 인용, "결과적으로 북한에 보낸 돈은 소기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BBC 방송과 미국 CNN 방송도 각각 '한국, 정상회담 스캔들 혐의' '한국, 정상회담 위해 1억 달러 지불'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사실을 상세히 전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ysshin@hk.co.kr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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