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만화의 흐름을 읽는다."현대 만화 100년의 역사를 연도별로 정리한 '세계 만화의 역사'(클로드 몰리테르니, 필리프 멜로 지음·신혜정 옮김·다섯수레 발행)가 나왔다. 세계 만화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1996년 프랑스에서 기획된 책이다. 저자인 만화평론가 몰리테르니는 프랑스어권 만화계의 대부 격으로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창설자 중 한명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가 보는 만화의 시작은 어디일까. 1896년 미국의 일간지들에 등장한 만화를 현대 만화의 출발로 보는 것이 서구 만화계의 일반적 견해이다.
이 해에 미국의 '월드'지에 실린 리처드 펠튼 아웃코트의 '옐로 키드(Yellow Kid)'가 그 전형이다. 여러 칸으로 줄거리가 있고, 신문의 단일 시리즈에 같은 주인공이 계속 등장하고, 대사를 담는 말 풍선이 사용된다는 점 등이 그렇다. 옐로 키드는 지금도 만화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꼬마 악동 캐릭터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 책은 지난 100년간 그 해에 발표된 주요 작품과 함께 역사적 사건, 문예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만화 연대기와 백과사전을 합친 형식이다. 감수를 본 성완경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은 "최근 '땡땡의 모험', '아스테릭스' 등 프랑스어권 만화의 고전을 비롯해 서양 만화가 많이 소개되면서 만화도 국제화 시대에 들어섰다"면서 "세계 만화를 즐기려면 만화의 축적된 역사와 흐름을 제대로 이해해야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책은 우리 만화보다 앞서 간 서구 만화의 이력을 자세히 알려준다. 1900년에 나온 프레더릭 버 오퍼가 만든 주인공 '해피 훌리건'은 만화 캐릭터 중 처음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1906년에 나온 '헤어브레스 해리'는 약자를 구해주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쾌걸 조로'의 원조 격이다. 1913년에 나온 조지 맥마너스의 '아빠 기르기'는 복권에 당첨돼 엄청난 벼락부자가 된 석공과 세탁부 부부의 이야기로 1913년부터 작가가 숨진 1954년까지 장기 연재돼 만화사상 가장 유명한 가족만화로 기록됐다.
일간 만화는 1907년 샌프란시스 크로니컬에 실리기 시작한 경마장 단골 오거스터스머트의 황당한 모험을 그린 만화가 처음이며 영국에서는 1920년, 프랑스에서는 1934년에야 시작됐다.
'미키 마우스'가 스크린에 데뷔한 것은 1928년 11월이었다. 한국일보를 포함, 지금도 전세계 1,500여 일간지와 주간지에 연재되고 있는 '블론디'의 역사는 19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블론디 푸퍼둡은 약간 천방지축인 비서였고, 대그우드 범스테드는 그녀를 미친 듯 사랑하는 부잣집 아들이었다. 2년 동안 두 사람의 사랑 싸움에 식상한 독자들을 위해 작가 칙 영은 1933년 2월7일 둘을 결혼시킨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대그우드는 결혼을 위해 유산을 포기했다. '슈퍼맨'은 1933년, '배트맨'은 1939년, '땡땡'은 1946년, '피너츠'는 1950년, '스머프 '는 1958년에 출현해 지금까지 만화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 책의 초판은 1896∼1996년의 100년 간을 담았으나 한국판을 위해 저자가 2002년까지의 내용을 추가했다. 부록으로 한국만화 100년 연표를 붙였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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