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라는 동물학자는 언제나 시베리아허스키 종의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대학가를 어슬렁거렸다. 동물학자가 연구는 안하고 산책만 한다고 눈총깨나 받았나 본데, 알고 보니 개의 생태를 연구하는 중이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이면서 이상하게도 연구가 잘 안돼 있는 동물이 바로 개다.이 학자는 개에게 어떤 인위적인 훈련도 시키지 않으면서 여러 마리의 개를 함께 키웠다. 그 중에 미샤라는 개가 있었는데 이 개는 한 번 집을 나갔다 하면 엄청난 거리를 돌아다녔다. 물경 330㎢가 녀석의 행동반경이었다. 토마스는 뒤를 좇기로 했다.
미샤는 길모퉁이에 오줌을 싸 흔적을 표시하고 다른 개들을 만나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또 다른 개 만나 인사하고 오줌 싸고 인사하고 오줌싸고 인사하고 오줌싸고. 이게 전부였다. 교미도 하고 먹을 것도 주워먹으리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먼 길을 돌아다니는 걸까? 토마스는 결국 사교야말로 외출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친구도 만나고 "별 일 없었나?" 안부도 묻고 그러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