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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김창호 하나코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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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김창호 하나코비 사장

입력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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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 밀폐 용기인 '락앤락(LOCK& LOCK)'을 생산·판매하는 하나코비의 김창호(43) 사장. 그는 식사 중 음식이 싱겁거나 짜도 절대 소금이나 물을 타지 않는다. 그리고 된장, 김치, 쌀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없어도 열흘 이상 불편없이 지낸다. 평소 복장도 말끔한 신사복보다는 작업복을 즐겨 입는다. 김 사장이 이처럼 소박한 생활을 하는 것은 언제 닥칠지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적응 능력'을 키우겠다는 나름대로의 복안 때문이다.그의 생활 철학은 기업 경영에 그대로 적용된다. 김 사장은 '기업 생존'을 첫번째 경영 원칙으로 삼는다. 그는 몇 세대를 영위하며 살아 남는 기업이야말로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기업의 생명은 영속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구의 거대 기업들도 100년 이상 지속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한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이익률이나 회사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오랜 기간 건실하게 살아 남았느냐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적응력과 내성을 키워야 합니다."

그렇다고 김 사장을 '짠돌이 사장'으로만 여기면 착각이다. 김 사장은 2001년 초부터 매달 직원 월급날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손수 써서 월급 봉투에 넣어 보낸다. 지금은 직원 수가 늘면서 종이 대신 e메일로 '행복 편지'를 보낸다. 그는 "회사가 항상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편지를 쓴다"고 말했다.

주방용품 수입업체에 불과하던 하나코비가 3∼4년만에 세계 밀폐용기 시장의 '무서운 아이'로 급성장한 데는 김 사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김 사장은 하나코비의 창업자이자 현 회장인 김준일(51)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대학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로 김 회장의 매장에서 일을 도와준 것이 계기가 돼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다.

김 사장과 김 회장은 '용기 수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1993년 남동공단의 공장부지를 인수, 이듬해부터 자체 제조를 시작했다. 주력 아이템 선정을 놓고 고심하던 중 김 사장이 밀폐 용기에 승부를 걸어보자고 제의했고, 그것이 결국 기업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김 사장이 3년여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98년 '락앤락'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순식간에 밀폐용기 시장에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 주방 밀폐용기 시장은 미국의 타파웨어와 러버메이드 등 다국적 기업들이 휩쓸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토종 브랜드인 '락앤락'이 나오면서 이 시장에 태풍이 일기 시작했다.

"주력 제품을 놓고 고민하다 밀폐 용기로 승부를 걸자고 제의했습니다. 주방 용기는 국가나 지역, 식생활 문화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밀폐용기는 디자인이나 색상과 관계없이 기능만 만족시키면 됩니다. 그리고 전세계 가정에서 쓰는 보편적인 용기입니다. 당시에는 외국 수입산 용기만 매년 2,000억원씩 국내에 수입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제품만 만들면 국내에서만 몇 천억 시장은 창출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뛰어 들었던 것입니다"

김 사장의 예상대로 98년 첫 선을 보인 '락앤락'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외국사 제품을 능가하는 밀폐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락앤락의 장점이 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99년 51억원에 불과했던 '락앤락' 매출액은 2000년 99억원, 2001년 176억, 2002년 490억원 등 매년 100∼250%의 폭발적인 매출 신장을 거듭했다. 올해에는 약 7,000만개의 용기를 생산해 1,000억원(수출 300억원 포함)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내년에는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의 외국사 제품은 50년 전에 개발된 실링(밀착) 방식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락앤락은 김치 등 냄새가 많이 나고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이 많은 한국의 특성에 맞게 4면 잠금 장치를 부착한 결착 방식을 새로 채택했습니다. 여기에 접착 면에 실리콘 패킹을 부착해 외국 제품보다 투습 방지율이 100배 이상 뛰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외국인들도 락앤락 제품을 선호합니다. 한 예로 미국의 한 교포가 락앤락을 써 보고는 한국에 있는 친척에게 '좋은 외국 제품이 나왔으니 한번 써 보라'며 택배로 보내 올 정도입니다."

김 사장은 밀폐 용기 시장은 아직도 무궁무진 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냉장고 안에 들어가는 용기가 대부분이지만 앞으로 쌀 보관, 소품 정장, 야외 피크닉 용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것이란 설명이다.

"밀폐 용기는 개당 판매 가격은 3,000∼4,000원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모든 가정이 즐겨 쓰는 생활 필수품입니다. 올해 1·4분기만해도 전년동기 대비 230%의 매출 성장을 이뤘습니다. 앞으로 2∼3년 뒤에는 세계 밀폐 용기시장의 10%를 점유하는 세계 일등 기업이 될 것입니다." 틈새 시장 공략으로 세계 일류 기업을 만들겠다는 김 사장의 당찬 포부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 김창호 사장은 누구

▲ 1960년 대구 출생

▲ 1979년 고졸 검정고시

▲ 1985년 (주)국진화공 영업부 사원

▲ 1987년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졸업

▲ 1988년 성균관대 대학원 수료

▲ 1989년 남문상사 창업

▲ 1992년 (주)하나마트 이사

▲ 1993년 (주)국진화공 이사

▲ 1995년 하나코비(주) 대표이사

▲ 취미: 마라톤, 등산, 산책

▲ 좌우명: 오늘에 충실하자

나의 경영철학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건강한 기업 경영을 통해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은 하나의 생명체다. 이처럼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과 같은 존재가 바로 고객이다. 그래서 고객은 기업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환경은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

따라서 기업은 사고 방식에서 관리 체계와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요구와 취향에 맞게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하고 만다.

고객들은 끊임없이 스스로 변하고, 또 기업에 그런 변화를 요구한다. 이런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객의 변화를 항상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늘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야말로 기업이 갖추어야 할 최상의 덕목이다.

이런 덕목을 갖춘 기업으로 오랫동안 기업을 유지해가는 것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경영의 목표다. '반짝 강자'가 되기 보다는 '영원한 적자'가 되고자 한다. 적자야말로 진정한 강자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위가 일어나는 현장 관리를 중요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가까이서 체험하고 들을 수 있도록 사무실보다는 현장에서 생활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기술서적과 경영 서적도 탐독 하려고 노력한다. 현장의 노하우와 이론적 체계가 결합될 때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본 김사장

김창호 사장을 처음 본 것은 16년전인 대학원 시절 함께 공부할 때였다. 당시 김 사장은 자신에게는 엄격함을, 상대방에게는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던 연구실의 맏형과 같은 존재였다. 특유의 성실함과 꼼꼼함을 바탕으로 강한 학문적 열의를 갖고 노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원하던 학문의 꿈을 접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실과 정직을 신조로 사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주위에 보였다.

김 사장의 기업관은 한마디로 초지일관(初志一貫)이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일본, 유럽 등 까다로운 선진 해외시장을 먼저 공략해 기반을 닦았다. 이는 힘든 일을 회피하기보다 정면 돌파하는 우직함과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큰 성과를 거둬 이제는 기업을 본 궤도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나태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처음 남대문에서 사업을 시작하던 그 때의 초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현장에서 디자인과 품질 개선을 독려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김 사장만의 일관된 원칙과 끈기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김 사장은 자기수양을 통해 절제된 생활을 하며, 풍부한 독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는 사람이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마음속에 갖고 있던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경영에 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코비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이런 김 사장의 경영철학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있는 여러 중소 기업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강 주 원 영남 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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