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 부장판사)는 특검이 기소한 8명에 대한 첫 공판을 다음달 4일 오후 3시에 열기로 확정했다.공판의 최대 쟁점은 대북 송금을 통치행위로 해석할 경우 죄를 물을 수 있느냐는데 모아질 전망이다. 특히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상회담 대가로 현대측에 1억 달러를 북에 송금할 것을 요청했다"는 공소사실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을 어떻게 판단할 것 인지가 관심거리다.
또 "대북송금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피고인들의 정책적 판단에 대해 배임이나 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의 변호인인 이건행 변호사는 "현대에 대한 지원은 경제 정책에 따른 판단이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송금 사건 자체도 역사가 판단해야 할 통치행위"라고 거듭 주장했다. 반면 김종훈 특검보는 "통치행위와 같은 추상적인 쟁점보다 각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담당 재판부는 그러나 "변호인측에서 통치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경우 법원도 이에 대한 판단을 비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북송금을 감추기 위한 현대의 2,235억원 분식회계도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변호사는 "대북송금을 분식이라는 '범죄'로 무마했다는 점은 범의(犯意)를 판단할 큰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의 분식회계 혐의를 판단한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맡았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특검팀은 1심 3개월, 2·3심 각 2개월 등 모두 7개월의 재판 기간 동안 공소유지를 할 권리는 있지만 수사권한은 없다. 때문에 법정에서 사실을 입증하려면 증인신청을 하거나 증거자료에 대해서도 재판부에 요청, 해당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제출 받아야 하는 제약이 있다.
한편 현대가 정부를 대신해 지급한 1억달러를 되돌려 받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약정금이나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 약속 등 1억 달러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또 약속한 대가가 불법적인 것일 경우 계약 자체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1억 달러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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