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 트래포드 글, 제이드 오클리 그림·이루리 옮김 현암사 발행·6,000원·초등학생장마가 시작됐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신난다!" 하고 나오는 녀석이 지렁이다. 꿈틀꿈틀 지렁이는 무얼 먹고 살고 느릿느릿 기어다니면서 무얼 하는 걸까.
'지구를 구한 꿈틀이사우루스'는 지렁이가 어떻게 살고 얼마나 훌륭한 동물인지 알려주는 재미있는 환경 동화다. 지렁이가 징그럽고 쓸모없다고 생각하던 어린이들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 소리칠 것이다. "지렁이는 정말 신기하고 멋있구나!"
지은이 캐런 트래포드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지렁이 똥으로 쓰레기 치우는 일을 시작해서 유명해진 환경운동가. 이 '지렁이 응가 아줌마'가 땅을 파고 들어가서 지렁이 역사학자 '꿈틀이사우루스 2세'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네, 글쎄. 꿈틀이사우루스 2세는 존경하는 조상님의 초상화를 쳐다보며 지렁이의 자랑스런 역사와 보람 있는 삶을 들려줬지.
이 책은 지렁이가 처음 지구에 나타난 공룡시대부터, 인공비료나 화학약품 때문에 땅이 나빠지면서 살기 괴롭게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렁이가 걸어온 오랜 역사를 찬찬히 일러준다. 지렁이가 하는 일은? 동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우고 영양 만점 똥을 싸서 흙을 기름지게 한다. 또 땅 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공기를 불어넣어 흙이 숨쉬게 해준다. 지렁이가 없다면? 지구는 쓰레기 천지가 될 것이고, 흙도 죽어버릴 것이다. 그리 되면 식물이 제대로 못 자라고,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도 먹을 게 없어지고. 그러니까, 지렁이가 지구를 지켜왔다는 말씀!
꿈틀이사우루스 2세는 지렁이 나라의 놀라운 사실들도 알려준다. 자그마치 1,600만 마리나 되는 지렁이가 매일 밤 3㎞나 이동한다는 것, 지렁이는 한 몸에 암컷과 수컷이 다 있는 이른바 '자웅동체'라는 것, 지렁이의 진가를 알아본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지렁이 수출을 금지시켰다는 것, 지렁이 종류는 4,000가지가 넘고 세상에서 제일 큰 지렁이는 길이가 6m나 된다는 것 등등. 책 끄트머리에는 지렁이 키우는 법도 나온다.
이 책에 들어있는 그림은 무척 재미있다. 학교 수업 빼먹고 놀러 가는 지렁이, 열심히 운동하는 지렁이, 오염된 흙 때문에 병이 나서 입원한 지렁이, 알에서 막 깨어난 꼬물꼬물 아기 지렁이 등 다양한 표정과 몸짓의 지렁이가 나온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지렁이의 소중함을 알게 된 인간들 덕분에 기분 좋아진 지렁이들 사이에 신나는 몸부림춤이 유행한다나.
지렁이 선생님이 들려주는 지렁이 나라의 신기한 과학 이야기와 쿡쿡 웃음이 터지는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도 물론이고.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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