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25일 7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송 특검이 이날 발표에서 지적했듯이 특검 수사는 사건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과 심각한 국론분열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송 특검은 몇몇 쟁점사안에 대한 특검팀의 최종판단을 제시하며 "이 시점에서 대북 비밀송금 의혹과 관련된 논란과 정쟁이 종식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고 했지만 여진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송금 대가성
특검팀은 전체 송금액 4억5,000만 달러를 정부 부담의 대북지원금 1억 달러, 현대의 대북 경협사업 선투자금 3억5,000만 달러로 성격을 구분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전에 송금이 이뤄진 점, 송금과정에 정부가 개입한 점 등을 근거로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정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사실상 4억5,000만 달러 전체에 대해 정상회담 대가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북송금과 정상회담의 연관성을 끝까지 부인했던 '국민의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고, '돈으로 산 정상회담'이라는 힐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DJ의 책임
특검팀은 사실상 판단을 유예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송금 사실을 사전에 알았으나, 위법행위에 개입한 정황은 없다'는 설명은 명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지난 정부의 주장처럼 정상회담과 이를 위한 대북송금이 통치행위의 일환이었다면 최종 책임은 김 전 대통령의 몫이다. 사전인지의 정도, 최종 재가 여부, 이후 송금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DJ의 귀책 여부에 대해 특검팀은 판단하지 않았다. DJ의 조사와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벌어진 정치적 논란이 특검팀의 운신 폭을 제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송금 지연과 정상회담 연기 관련성
대북송금의 정상회담 대가성을 입증하는 유력한 정황증거로 제시된 '송금지연에 따른 회담연기 의혹'에 대해 특검팀은 '무관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검팀은 그 근거로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이 2000년 5월27일과 6월3일 방북해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경호상 이유로 일정을 하루 앞당기거나 연기할 뜻을 비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은 남는다. 현대전자 미주법인이 2000년 6월9일 송금한 8,000만 달러가 6월12일에야 입금 확인된 사실, 현대상선이 송금한 북한측 3개 계좌 중 1개 계좌(4,500만 달러)에 대해 수취인 명의 오기가 발생, 6월12일 급히 정정하는 소동이 벌어진 사실 등이 회담 일정 조정과 무관하다고 단정키 어렵다.
추가 송금 및 150억 비자금 의혹
'5억달러+? 제공설'에 대해 특검팀은 '현재까지 밝혀진 바 없다'는 한마디로 결론을 대신했다. 지난 정부나 현대측의 내부 폭로가 없는 상황에서 특검팀이 추가송금을 밝혀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대가 시인한 5억 달러를 추적, 확인하는 데만 한정된 수사기간 대부분이 소요됐다. 그러나 10억 달러 이상 제공설까지 주장한 한나라당 등이 특검팀의 이 같은 결론에 수긍할 지는 의문이다. 또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150억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특검팀은 "범죄소명이 충분하다"고 확신했으나 김영완씨 등 핵심 관련자들이 출국한 상황이어서 진상 규명은 검찰 또는 제2 특검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