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 우유 마시는 시간을 고역으로 여기던 아이들도 선생님이 '플래시 노래방'의 '우유송'을 틀어주면 다들 즐거워하며 남김없이 마신다. 화면에는 우유 모양의 캐릭터와 함께 노래방 기기처럼 가사가 나와 아이들도 흥얼흥얼 따라 부른다. 급식시간을 앞두고는 '김치 주제가'가 나간다.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으로 시작되는 가수 정광태씨의 '김치 주제가'를 랩으로 개사한 노래다. 인스턴트 음식만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김치 주제가' 덕에 편식이 한결 덜해졌다.교사들이 직접 만든 플래시 노래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래시 노래방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노래방 기기처럼 가사가 덧붙여진 콘텐츠.
2001년 신길초등학교 허승환 교사의 아이디어로 시작, 허 교사의 홈페이지 '예은이네 집'(picture.new.org)과 초등교사들의 커뮤니티인 인디스쿨 등을 통해 널리 퍼졌다. 현재 허 교사와 부산 석포초등학교 오경산 교사, 가산초등학교 김현진 교사 등 수많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노래가 300곡이 넘는다.
요즘 인디스쿨에서 관련 연수를 하면 별 홍보 없이도 60∼100여명의 교사가 참여한다. 또 허 교사의 홈페이지는 하루 방문객이 3만여명이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다 최근 잠시 문을 닫았다. 서버 관리상 폭증하는 접속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 였다.
이처럼 뜨거운 반응은 '요즘 아이들은 가요만 좋아한다'는 어른들의 통념에 대한 아이들의 반박이기도 하다. 허 교사는 "갑자기 폭증한 방문자의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동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부를 기회가 없어서 멀어진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신길초등학교에서는 그간 나온 플래시 노래방 곡들로 CD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집에서도 꾸준히 동요를 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조용히 해' '우유 열심히 마셔' 등 교사의 일방적인 지시보다 플래시 노래방의 생활지도 효과가 훨씬 크다. 청소시간에도 '청소당번 노래'로 아이들이 신나게 빗자루를 들게 한다. 현충일, 학교운동회, 소풍 등 연례행사에 관한 노래도 있다.
기본적인 플래시 활용법을 배우는 데 일주일이면 충분하고, 교실마다 구비된 인터넷과 TV로 쉽게 활용할 수 있다.
교사들에게 플래시 노래방 '스타 강사'로 통하는 석포초등학교 오 교사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기 위해 책에 있는 악보를 복사해 나눠주고 피아노나 기타 반주로 가르쳐왔으나 지금은 플래시노래방 덕분에 좋은 동요를 쉽게 가르쳐줄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전래동요나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 각종 동요제 입상곡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때로는 익살스럽게 개사를 하기도 한다. 요즘은 애니메이션 대신 반 아이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노래에 붙이는 등 여러 교사들의 아이디어에 힘입어 제작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플래시 노래방을 만드는 교사들의 한결 같은 소망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문제가 생긴 적은 없지만, 혹시라도 원작자가 문제를 삼으면 플래시 노래방은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순수하게 교육적 취지로 하는 일이니 만큼, 적어도 동요에 대해서는 저작권협회 차원에서 '면제' 조치가 취해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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