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34)은 이만수(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의 뒤를 잇는 삼성의 간판스타였다. 적어도 이승엽(27)이 홈런왕으로 등극한 1997년 이전까지 '양준혁=삼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1인자'라는 자존심이 강했던 양준혁은 후배 이승엽의 그늘에 가리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고 98년 시즌을 끝으로 타의에 의해 고향팀을 떠나 해태로 트레이드 됐다. 타향살이에 애를 먹던 양준혁은 2000년 LG로 이적했고 지난해 3년간의 방황 끝에 다시 친정팀에 복귀했다. 당시 많은 야구인들은 양준혁이 삼성에서 '2인자'에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통산 4차례나 타격왕에 올랐던 양준혁은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2할대(0.276)타율에 그쳤다.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맞이한 양준혁은 여전히 국민타자로 성장한 이승엽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 '넘버 2'로서 만족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22일 이승엽이 세계최연소 300홈런을 달성하자 진심으로 축하했던 양준혁은 24일 대구 홈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9차전에서 4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의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6―4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5경기서 19타수 7안타 3할6푼8리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양준혁은 이날 2회말 첫 타석에서 팀에 선취득점을 안기는 솔로홈런(시즌17호)을 터뜨린 데 이어 4회 우전안타, 6회 3루타, 8회 중전안타를 뽑아내는 완벽한 타격감을 선보였다. 2루타를 때리지 못해 아깝게 생애통산 3번째 사이클링히트기록을 작성하지 못했지만 양준혁은 이날 진가를 맘껏 발휘, 팀을 공동선두로 이끌며 대구 홈팬 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승엽은 이날 2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볼넷 1개와 고의사구 1개만을 골랐다.
현대는 광주 원정경기에서 1―2로 끌려가던 5회초 4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고 6회에도 3점을 추가해 기아를 8―4로 물리쳤다. 현대선발 쉐인 바워스는 6이닝동안 5안타 볼넷 3개를 허용했지만 2실점으로 틀어막고 10승 고지에 선착, 이상목(한화)을 제치고 다승 단독선두로 뛰어 올랐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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