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출범 4개월을 맞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이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청와대는 화물연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새만금 사업 문제 등을 거치며 혼선을 보였고 최근 국정원 사진 유출건에서는 치명적인 시스템 약점을 노출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도입한 실험적 청와대 비서실의 구조가 근본 원인이며, 따라서 시스템의 재개조와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우선 거론되는 부분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의 투톱 체제다. 이 체제는 당초 비서실장이 정무를, 정책실장이 정책을 나눠 관리해 "정책결정에 정치적 고려를 개입시키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당정분리라는 함정에 빠지면서 비서실장의 역할은 모호해졌고, 정책실장은 국가프로젝트를 주로 담당하면서 구체적 현안을 챙길 곳이 없어졌다. 한 관계자는 "투톱 체제가 잘 운영된다면 두 실장이 치열하게 다투는 소리가 나야 하지만 지금은 사이가 너무 좋다"고 이 상황을 역설적으로 비판했다.
때문에 현 청와대에서는 역할이 국정상황실로 집중되면서 기형적인 3톱 체제가 부상했다. 국정상황실이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전략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투톱을 조율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두번째로 지적되는 부분은 청와대 내 의사결정 과정이 혼선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내세운 분권형 청와대 운영은 구두선에 그치고 각종 현안마다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옛날식 중앙집권적 지시를 하게 됐다. 때문에 대통령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시스템 운영에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
"장관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폐지해버린 부처관할 수석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 정책실 내에 비대하게 자리한 국정과제TF는 현안 대처 능력을 도리어 떨어뜨리고 있다. 화물연대 사건은 사전인지가 되지 못했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는 엉뚱하게 '노조' 문제로 접근하는 실수를 범했다.
처음 도입된 보좌관제 역시 제 자리를 못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안보좌관은 NSC, 외교, 국방보좌관에 둘러싸여 자기 역할설정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경제보좌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역시 대통령의 '과외교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는 비서실의 대부분이 국정과제 추진에만 몰두하고 당장의 현안은 노 대통령과 극소수의 수석들이 도맡아 처리하는 구조를 낳았다. 현실과 맞지 않는 실험을 끝낼 때가 됐다는 요구가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클린턴 정부도 시스템이 안착하는데 1년이 걸렸다"며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청와대를 벌써 바꾸라는 것은 무리"라고 반론하고 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