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와 형사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입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시체들이 미국 영화 '세븐'에 나오는 시체만큼이나 사실적이던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golter)
저도 첫 장면부터 놀랐습니다. 수로에 버려진 시체부터 거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야산에서 비를 맞던 소현의 시체까지 진짜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6구의 시체 중 5구는 시체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류성희(35) 미술감독에 따르면 대부분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고 합니다. 옷을 벗고 있는 경우는 에로 전문배우를 썼고요. 처음 나오는 시체의 몸에 들끓었던 벌레는 컴퓨터 그래픽입니다. 강둑에 엎어져 있던 독고현순의 시체만이 특수분장팀이 만든 것입니다.
'텔 미 썸딩'(1999)에서 으스스한 시체들을 만든 메이지의 신재호(37) 실장 작품이지요. 처음엔 시체를 모두 제작하기로 했지만 절단된 시체나 심하게 훼손된 시체가 나오지 않은 데다 배우들 연기로 소화할 수 있을 듯해 방향을 바꿨답니다. 그리고 보통 배우들이 옷 벗는 것을 주저해 에로 전문배우를 섭외했고요. 실제로 만든 시체는 에로 전문배우 중 한 명의 본을 떠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법의학 책과 관련 사진을 참고해 색상을 섬세하게 조절, 사실성을 높였습니다.
시체가 화면에서 진짜처럼 보이는 데는 무엇보다 기술의 발달이 한 몫 했습니다. 예전의 우레탄 소재에서 실리콘 소재로 바뀌면서 사실적 시체에 더욱 가까워진 것입니다.
올 여름 개봉될 '아카시아'와 '거울 속으로'에도 진짜를 방불케 할 시체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두 영화에서 특수분장을 맡은 씨네엑스의 김희숙(36) 실장에 따르면 얼굴은 해초를 재료로 한 알진(algin)이라는, 인체에 무해한 재료로 본을 뜨고, 몸은 실리콘으로 본을 뜬다고 합니다. 그 다음 석고를 입히고 실리콘을 부어 시체의 형태를 만듭니다. 이후 에어 브러쉬(air brush)로 몸에 색을 입히고 눈썹과 머리칼, 손톱 등을 심으면 제작 공정이 끝납니다. 이런 까다로운 공정에 3∼4주가 걸립니다. 여기에 실리콘이 고가이다 보니 시체 1구의 제작비가 1,300만∼2,000만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시체가 여자이거나 옷을 다 벗고 있는 경우, 눈을 뜨고 있는 경우, 본을 뜰 수도 없는 갓 태어난 아기, 엎어져 있거나 뒤틀려 있는 경우에는 만들기가 더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고 부위마다 다른 피부색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랍니다.
/이종도 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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