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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얼음과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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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얼음과 석유

입력
200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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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재래시장에 가면 양철 셔터에 붉은 글씨로 '어름'이라고 쓰인 가게를 만날 수 있다. 생선가게 등에 궤짝만한 얼음을 배달하는 장사다. 워낙 크다 보니 장화 신고 올라 톱으로 썰고 꼬챙이로 찍어서 끌고 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은 왜 그 '어름' 가게에서 석유도 파느냐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꽤 많은 가게가 얼음과 함께 석유도 팔았다. 주변에서 여러 가지 설이 나왔다.옛날엔 냉장고를 전기가 아니라 석유로 돌렸다는 설. 신빙성이 확 떨어진다. 불과 얼음? 신화적이긴 하지만 석유를 연료로 물을 얼린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황당하다. 반면, 어차피 배달 일꾼을 둬야 하는데 겨울이라고 잠만 재울 수 없으니 석유도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설은 그럴 듯했다. 둘 다 시장의 필수품이면서 무겁다는 공통점이 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얼음 석유'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놀라워라. 인터넷에도 석유와 얼음을 함께 취급, 배달하는 사이트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어 그 둘을 함께 취급하는 이유를 물었다.

'아, 일손 놀릴 수야 없잖습니까?' 석유, 얼음 전문 사이트 사장님 말씀이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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