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더 절리라. / 그대의 말에 구태여 변명 아니하며… / 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 그대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 / 그대가 가는 곳에는 아니 가리라. / 내 입에 그대의 이름을 담지 않으리라. / 불경한 내가 혹시 구면이라 아는 체하여 그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 그리고 그대를 위해서 나는 나 자신과 대적(對敵)하여 싸우리라. /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랑할 수 없으므로. ―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시집' 중에서 ―★ 이별과 실연의 아픔을 상대방에 돌리지 않고, 오로지 자기 내면(內面)으로 끌어 당겨 그 쓰라린 고통을 순백(純白)의 사랑으로 승화시켜 가는, 아름답고도 슬프고도 절절한 사랑 고백의 극치입니다. 역시 셰익스피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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