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표경선 레이스가 24일 선거인단 투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공식 선거기간은 13일이었지만, 사실상 올해 초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된 만큼 장장 6개월 대장정의 막이 내린 셈이다.한나라당은 23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선거인단을 구성, 지난해 민주당의 대선후보 국민경선 때와 같은 붐을 일으켜 대선패배 후 침체된 당 분위기와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을 끌만한 쟁점의 부재, 지구당위원장 줄 세우기와 상호 비방 등 후보들의 구태의연한 행태, 후보와 선거인단의 접촉을 극도로 제한한 선거운동 규정 때문에 국민적 흥행에는 철저히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선거전은 대의명분보다는 후보와 선거인단의 친소(親疏) 또는 이해관계, 출신 지역 등에 따라 각 후보의 지지율이 결정되는 '집안 싸움'의 양상으로 흘렀다.
최근 각종 선거인단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거나 대표를 지낸 후보가 선두권을 형성한 것은 조직력이나 지명도 등 과거 전당대회의 선택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세가 취약하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나머지 후보들의 당 쇄신이나 세대 교체론은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선출된 새 대표가 과연 당내 기득권 세력과의 이해관계를 떠나 당을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적 관측이 적지 않다.
전당대회 후유증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내주 중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부 개혁파 의원은 차치하더라도 경선기간중 워낙 깊게 패인 후보들간 감정의 골 때문에 낙선 후보들이 당 운영에 협조하지 않는 비주류로 남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미 각 후보진영에는 "000과는 당을 같이 하기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특정 후보에 대해서는 "탈당파 의원들과 행동을 같이 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누가 대표가 되든 이회창 전 총재의 공백을 완전히 메울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비주류의 양산은 당을 만성적 갈등과 혼란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
/유성식 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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