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출 이후 '신라의 달밤'에서 '선생 김봉두'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려 최고의 배우로 자리잡은 차승원(33). 그가 '저 푸른 초원 위에' 후속으로 7월5일부터 방송되는 KBS2 새 주말연속극 '보디가드'(연출 전기상)의 주연을 맡아 3년여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제목만 보고 영화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나 드라마 '모래시계'의 이정재처럼 그윽한 눈빛의 멋진 보디가드를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차승원이 맡은 역은 고졸 군 하사로 모함에 휘말려 강제 전역한 뒤 사설 경호업체 직원으로 변신한 홍경탁. 나중에 청와대 경호원으로 발탁되지만 믿는 것은 주먹밖에 없고 하는 일마다 사고를 치는 한마디로 '날 건달'이다.원래 극 초반 홍경탁은 청와대 경호실 고위직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차승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캐릭터 성격이 180도 바뀌었다. 그 탓에 대본을 다시 쓰느라 촬영이 지연돼 제작진과 연기자들 모두 초긴장 상태다. 그는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면서 모험을 감행했을까.
"처음부터 다 갖춰놓고 시작하면 재미 없잖아요.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조건 좋고 사람 좋은 주인공은 딱 질색이에요. 첫 출발이 아니다 싶으면 끝까지 허덕이게 되죠. 늦더라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는 게 훨씬 낫죠. 촬영이 밀려 부담은 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그는 "드라마의 줄기는 되는 일 없는 '마이너' 인생이 좌충우돌하며 '메이저'로 일어서는 성공 스토리"라면서 "보디가드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싹 잊어달라"고 주문했다.
기획 단계부터 '코믹 액션 멜로'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캐릭터가 바뀌면서 코믹 성격이 강화됐다. 영화 출연작 네 편이 모두 코미디였는데 또? 그는 연기 폭이 너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 나이에 안 하면 나중에는 못할 것 같아서"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대본에 충실히"라는 말을 읊조리는 여느 연기자와 달리 불만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첫 대본 받아보고 '이래서 방송 하기 싫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짜 재미 있으려면 20% 정도는 배우가 채워나갈 수 있게 남겨둬야 하는데, 재미를 억지로 끌어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죠."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까지 느껴지지만 그만큼 작품에 애정이 깊다는 말로도 들린다. "촬영 중에 자꾸 문제가 툭툭 튀어나오면 곤란하잖아요. 한 배를 탄 사람들끼리 말이 통해야 목적지에 무사히 닿을 수 있죠. 꼭 촬영과 관련된 얘기가 아니어도 대화를 많이 하려고 애씁니다."
그는 상대 역 임은경(20)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사람이 참 좋아요. 사람이 좋아야 좋은 연기가 나오지요. 가능성이 큰 친구예요." 드라마에 첫 출연하는 임은경은 유력 정치인의 숨겨진 딸 나영 역을 맡아 경탁과 영화 '레옹'의 레옹과 마틸다 같은 순수한 사랑을 키워간다.
차승원은 드라마 복귀를 두고 이런 저런 뒷말이 나도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돈 때문은 절대 아니다. 다음 영화를 찾던 중 제의를 받고 감독을 만나보니 마음이 통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판에서는 정평이 난 그의 '선구안'이 빗나가지 않고 안방극장에서도 '흥행 보증수표'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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