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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가수 김은진 첫 앨범/"내노래가 상처받은 삶에 위안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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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가수 김은진 첫 앨범/"내노래가 상처받은 삶에 위안되길"

입력
200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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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래를 하게 됐느냐"는 물음에 대한 가스펠 가수 김은진(44)의 답은 길다. 그 긴 답을 줄인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래 뿐이었다"가 된다.최근 첫번째 가스펠 앨범 '내게로 오라'를 발표한 그의 노래는 까칠하고 척박했던 내면을 갈아낸 흔적이 역력하다. 'Amaging Grace' 등 잘 알려진 가스펠 곡과 본인이 직접 작사한 가스펠 '다시 빛으로'와 '시편 40편' 등 창작 가스펠이 함께 수록돼 있는 앨범은 겉 보기에는 여느 복음 성가와 비슷하다. 하지만 가스펠에 재즈 선율, 그리고 클래식 발성법까지 더해진 그의 노래는 다른 가스펠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의 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고대 국문과 출신인 그는 극동방송 작가로 일하며 신문기자인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던 평범한 아줌마였다. 하지만 1996년 남편 김성복(45)씨가 갑자기 간경화증에 걸려 쓰러지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몸이 아프니 그렇게 다정했던 사람이 신경질적으로 변하더라구요. 남편은 방에 들어가 혼자 끙끙 앓을 뿐 저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고….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기도하는 일 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기도가 자연스레 노래로 변해 제 입을 통해 흘러 나오더라구요."

남편은 본격적으로 노래를 배워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없다"고 손사레를 쳤다. 당시 사라 본, 엘라 피츠제랄드 등의 재즈곡을 들으며 위안을 삼았다. 1998년 어느날 그는 재즈가수 박성연이 운영하는 청담동 재즈 까페 야누스에서 우연히 노래를 하게 됐다. 박성연은 "다른 가수와 달리 목소리에 애절함이 묻어 나온다"고 말했다. 흑인영가가 재즈를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발전했듯 그 역시 재즈를 알게 되면서 노래에 대한 욕심이 생겨났다.

이번 앨범에는 그의 오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0년 12월부터는 테너 박인수의 제자인 성악가 박성훈에게서 13개월 동안 클래식 발성 교육을 받았다. 이후 그룹 '빛과 소금' 출신의 베이시스트 장기호와의 만남은 이번 앨범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2000년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남편은 이제 기력을 회복해 전도사의 길을 걷고 있다. "힘든 시간 나를 지탱해 준 것은 노래 뿐이었다"는 그는 "이제 나의 노래로 상처 받은 이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조만간 공연도 가질 계획이다. 공연 이름은 'January Of My Life'(내 인생의 봄날)라고 벌써 지어 놓았다. "제 노래 인생의 1월이 시작됐다는 의미에요"라고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힘든 지난날은 다 잊은 듯 행복함이 묻어 나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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