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이번 주부터 예고된 양대노총의 줄 파업을 어떻게 막겠다는 말입니까?"23일 '노동계 총파업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경제5단체 회장단은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밀면 밀리는' 참여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쌓였던 불만을 여과 없이 거칠게 쏟아냈다. 회장단은 여러 차례 '유례없는 위기'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기업의 대처수단은 투자축소와 고용감축, 해외이전 뿐"이라는 위협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경제5단체 회장단의 격앙된 목소리는 '재계의 대변자'로서 다소 과장된 레토릭이라고 치부하더라도, 평소 정부 비판을 금기시하던 재벌 총수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나서서 노사문제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현 상황을 바라보는 기업인의 위기의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노조가 깃발을 흔들면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없다. 중국의 생산성은 한국의 85%인데도 임금은 8분의1 수준이다."(21일 구본무 LG그룹회장) "정부가 해서는 안되고, 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 각 이해집단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20일 CEO포럼 성명서) "개별 사안마다 예외적인 타결을 하려는 대통령에게서 명확한 법적 원칙을 발견하기 어렵다."(20일 윤문석 한국오라클 사장)
기업인들은 최근 노동운동이 노동자 처우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집단적 이기주의 또는 정치투쟁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데 특히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파업을 결의한 자동차업체의 노조간부는 기자에게 "상급단체인 금속연맹이 하달한 요구사항을 논의하느라 정작 올해 임금인상률은 얘기도 못 꺼냈다"고 털어놓았다. 기업인들의 잇단 아우성이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말이다.
정영오 경제부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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