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장애인 친구를 돕는다는 것이 낯설었어요. 하지만 이젠 제가 그 친구로부터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단국대 법학과 1학년인 김보미(20·여·사진)씨는 같은 과 친구인 청각장애인 이수익(28·법학과1)씨를 돕고 있다. 지난 2월 학과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을 장애인이 아닌 정상인과 똑 같은 친구로 대해 달라는 이씨의 글을 읽고 한 걸음에 대학측에 장애인 도우미 지원서를 제출한 것. 대학 생활중 청각장애인 학우의 가장 불편함 점이 '수업시간 노트필기'라고 판단한 학교측이 이번 학기부터 같은 과 학생이 수업중 노트필기 등을 대신해 주며 청각장애인 학우를 돕도록 '수업 도우미'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3월부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강의시간표 등을 직접 확인해 주며 이씨의 수업을 도와줬다. 수업시간 출석 확인은 물론, 학과 사무실에서 노트북까지 빌려와 강의시간에 배운 수업 내용을 즉석에서 저장해 전달해 주는 등 이씨의 '그림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처음에는 '수화'가 되지 않아 수첩에 글을 적어 얘기를 나누는 등 불편했지만, 이젠 웬만한 대화는 수화로 해결할 수 있게 돼 오빠와 여동생 사이가 됐다. 김씨는 "한번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이해해보고 싶었다"며 "오빠랑 같이 수업을 함께 들으며 지낸 3개월의 세월은 값진 경험이자 보람이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씨가 매달 '수업 도우미'로 받는 돈은 20만원.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학기가 끝나는 날 자신이 돕고 있는 이씨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하지만 김씨에게도 걱정은 있다. 이번 학기에 첫 시행된 이 제도가 다음 학기부터는 지원자 저조 등으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 학교를 다니는 동안 계속해서 이씨를 돕고 싶다는 김씨는 "학교도 장애인 친구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 도입 및 편의시설 설치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무엇보다 장애인을 자발적으로 보살피고 도와줄 수 있는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누군가를 돕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장애인이 우리보다 열등하다는 선입견을 가졌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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