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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 韓美 '영화코드' 엇박자

입력
200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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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30일 개봉한 ‘슈팅 라이크 베컴’은 개봉 첫 주말이 지나자마자 전국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축구 소재의 잘 만든 상업 영화였고,월드컵 열기의 여진이 남은 시점이어서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지만 결과는예상 밖이었다.350만 파운드(약 70억원)의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국과 독일의 이합작 영화는 그러나 유럽, 인도, 미국 등지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는 3월14일 겨우 6개 극장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개봉관이 늘어 나 8주가 지난 5월 둘째 주에는 박스오피스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9주 차에는 555개 극장으로 상영이 확대됐다. 6월16일까지 전세계에서 벌어들인돈은 3,911만 달러(약 470억원), 미국에서만 14주 동안 2,182만 달러(약260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과 정 반대다. 전국 45개 극장에 걸린 영화는 첫 주말이 지난 뒤 5개 극장으로 상영관이 대폭 줄었고 개봉 1주일 만에 1개 극장으로까지 줄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인도 소녀에 대해 유달리 한국인들만관심이 없어서 이런 결과가 벌어졌을까?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뛰어난 스페인 영화 ‘그녀에게’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22일 2개 극장에서 개봉돼 5주 차 16개,6주 차 59개, 12주 차 105개, 13주 차 255개로 개봉관이 꾸준히 늘어났다. 30주 차 만에 1개 극장으로 줄어들었지만 7개월 동안이나 극장에 걸려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4월18일 전국 38개 극장에서 개봉된 지 1주 만에7개관으로 급감했다.

각 영화의 개성과는 상관 없이 어떤 영화든 첫 주에 많은 개봉관을 잡고보는 ‘와이드 릴리스’ 방식을 고집하는 탓에, 첫 주가 지나면 관객의 선택권은 거의 박탈당하는 게 한국영화의 현실이다.

한 벌에 200만원씩 하는 프린트 비용 낭비를 감수하면서 말이다. 한국과미국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다양한영화들이 잠식 당한 문화 공룡 미국이 이런 ‘작은’ 외국영화를 사랑하는반면, 우리 영화 시장은 앞으로는 스크린쿼터제를 내세워 문화의 종(種)다양성을 논하면서 뒤로는 작가주의 영화와 독립 영화를 내쫓고 있는 게현실이다.

국산 상업 영화라고 해서 홀대를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선 탓에 개봉 이래 하루도 쉬지 않고 단관 상영이나마 이어 가고 있는 ‘지구를 지켜라’가 대표적인 예다.첫 주에 왕창 내 걸고 안 되면 마는 식의 배급구조와 이를 허겁지겁 따라가는 극장 때문이다.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는 관용의 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관객과 영화를 이어줄합리적 배급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이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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